원스톱 의료혁신 건강수명 연장

의료-돌봄 통합 커넥티드헬스로 건강수명 연장한다

2025-02-18 13:00:07 게재

만성질환 진료비 83조원, 전체의 80.9% 차지 … 선진국들 앞다퉈 도입, 한국 디지털 강국 역량 발휘할 때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질병예방-건강증진-진료 서비스 연계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국내외 안팎에서 있어 왔다. 분절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은 약물과용이나 오남용, 그리고 불필요한 검사 등으로 이용자는 부실한 건강관리를 받으면서 의료비 지출이 낭비되는 문제점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료의 질 검토 보고서’에서 ‘예방적 일차의료체계가 미흡함’을 지적한 바 있다. OECD는 한국의 우수한 정보기술 인프라와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는 체계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관련해서 커넥티드헬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커넥티드헬스는 보건의료서비스 간 부족한 연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테이터를 기반으로 촘촘한 네트워크체계를 갖추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사회에서 노령인구 증가와 그로인해 급증할 만성질환의 관리는 매우 중요한 보건분야 과제로 등장했다. 커넥티드헬스 관점에서 생활 속 예방적 건강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안을 공유한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사회는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의 증가에 대응한 새로운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존 병든 이후에 입원 치료하는 의료서비스 행태를 넘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증진이 가능한 의료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18일 이관익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디지털헬스사업단장은 최근 진흥원이 발행한 바이오헬스리포터에서 “질병구조가 만성질환 중심으로 변화된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현 의료체계는 급성기질환 중심의 체계에 머물러 있다"면서 ”일차의료기관이 건강증진·질병예방·만성질환관리 등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의료와 복지가 연계되는 예방-치료-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인 가지랩 대표는 “고령화시대에 의료비 증가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건강수명을 늘려 기대수명과 간극을 줄여야 한다”며 “건강수명을 늘리려면 치료보다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절된 의료서비스를 연결해 건강관리 강화 =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83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0.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70조원, 2021년 78조원과 비교했을 때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비감염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자의 74.3%에 이르고 그 가운데 △암 △순환기계질환 △당뇨병 △호흡기계 질환 등 4대 만성질환이 64.3%를 차지했다.

국민 다수가 만성질환을 앓다가 사망하고 있는 셈이다. 만성질환은 발병 이전에 생활 속 건강관리를 통해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고 발병 이후에도 관리를 잘하면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건강관리를 위해서나 진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예방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예방활동은 개인이 도맡아 진행하기는 어렵다. 교육-소득-지역 의료자원 격차에 따른 건강관리 정도의 차이는 심하다. 관련해서 기존에 분절적으로 발달된 의료서비스를 서로 잘 연계시킴으로써 제 때 적절한 의료와 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넥티드헬스’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구현되기 시작하고 있으며 현실성 있는 의료-건강서비스 미래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건강검진을 제외하고는 몸이 불편하거나 이상을 느낄 때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과 진료를 받는 게 일상이다. 검사결과 이상이 나오거나 의사가 증상이 심각하다고 하면 2차 3차 큰병원으로 가 새로 의뢰한다. 하지만 커넥티드헬스가 실현되면 의료진을 방문할 불편감을 느끼기 전에 미리 이상을 감지해 담당 의료진이 기획한 검사를 먼저하거나 조언 조치를 받게 될 것이다.

고태훈 가톨릭대의대 교수는 “의료와 돌봄을 하나로 잇는 커넥티드헬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의료와 돌봄은 분절된 영역이 아닌 연속적인 서비스로 이해되고 있다. 급성기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순간부터, 퇴원 후 재활치료, 그리고 일상생활로의 복귀 과정에서 지속적인 건강관리에 이르기까지 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의료와 돌봄의 연속성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보다 정보의 원활한 흐름이 보장돼야 한다. △병원의 진료기록 △투약 정보 △검사 결과부터 가정에서 건강상태 모니터링 데이터 △돌봄서비스 제공 기록 등 모든 건강 관련 정보가 끊김 없이 연결돼야 한다.

고 교수는 이러한 정보의 연속성을 구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개인 데이터 저장소를 기반한 ‘개인 데이터 서비스’라고 밝혔다. 개인이 자신의 건강정보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질병변화 대처=조비룡 서울대의대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만성질환의 증가와 인구 고령화는 혁신적인 헬스케어 솔루션에 대한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다.

미국의 '커넥티드헬스 이니셔티브' 같은 프로그램은 원격지나 소외된 지역에 헬스케어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2020년 디지털헬스 벤처 투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원격의료와 AI기반 헬스케어 기술이 빠르게 확산됐다.

‘카이저 퍼머넌테’와 같은 통합헬스케어 시스템은 커넥티드헬스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만성질환관리와 예방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가 자택에서 실시간으로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한다. 필요할 경우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병원 방문을 줄이고 환자에게 더 나은 건강 결과를 제공한다.

유럽도 커넥티드헬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디지털헬스법을 통해 원격진료와 디지털 건강 앱 사용을 공식화하고 이를 국가건강보험시스템에 통합했다.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도 만성질환관리와 예방을 위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슬 제공하는 스마트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오카 스마트 헬스케어 프로젝트'는 고령층의 자택에서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병원과 원격 연결을 통해 실시간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원격진료와 인공지능 기반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알리헬스와 같은 플랫폼은 환자의 일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디지털헬스기술, 맞춤형 건강관리 수준 높여=글로벌헬스케어 시장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기술은 커넥티드헬스의 핵심 동역이 된다. 특히 AI기술은 의료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을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비엠 왓슨(IBM Watson)헬스와 같은 AI플랫폼은 수백만개의 의료데이터를 학습해 암과 같은 복잡한 질병에 대해 맞춤형 치료 계획을 제안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인체에 접촉·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와 센서가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료제공자가 제때 개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텍스콤(DEXCOM)은 당뇨병환자의 혈당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원격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의료진이 이를 분석해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김영인 가지랩 대표에 따르면 연속혈당측정기가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혈당조절을 체중감량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인의 식생활 방식의 특성상 지방을 많이 섭취해 체중이 증가하는 것보다 탄수화물섭취량이 많아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혈당을 높이는 식습관은 잉여 탄수화물이 체지방으로 저장되어 체중 증가에 기여하기 때문에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혈당을 모니터링하면서 식습관을 개선하면 체중 감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접근이다.

이처럼 웨어러블 기기, 원격의료, 데이터기반 플랫폼의 발전은 의료서비스 제공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이 통합된 헬스케어 시스템은 개인화된 예측 의료서비스를 가능케 하고 있다. 예방적 의료중재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 교수는 “커넥티드헬스는 디지텔헬스케어 기술, 데이터플랫폼, 스마트의료서비스, 지역사회 스마트 돌봄, 커넥티드헬스 거버넌스 영역이 통합적으로 함께 발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 NHS가 추진한 스핀(Spine)데이터플랫폼은 이러한 상호운용성을 구현한 대표적 사례다.

◆디지털 강국으로 커넥티드헬스 선도해야 = 커넥티드헬스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제기된다. 환자의 건강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호하는 게 필수다. 보안의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다. 국제적인 데이터 보호 규정과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의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농어산촌과 저소득 지역은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의료이용 형평성을 위해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정책과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의료전문가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사용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의료인들이 기술의 복잡성이나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저항감을 가질 수 있다. 교육과 기술 훈련을 통해 의료인들이 새로운 디지털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커넥티드헬스 시스템 하에서 의료기관 의료진의 보상 구조가 정해져야 한다.

이 단장은 “정부 단위에서 커뮤니티 커넥티드헬스 구축 시도는 미국에서도 2022년에 이니셔티브를 출범했을 정도로 아직 소수의 나라에서 기획 중인 단계”라며 “디지털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디지털헬스 부분에서도 선도국으로 앞서기 위해 커뮤니티 커넥티드헬스 구축에 첫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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