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막판 뒤집기

2025-01-24 13:00:02 게재

MBK·영풍 이사회 장악 저지

법적다툼으로 이어질 듯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측이 ‘순환출자 카드’로 영풍 의결권을 무력화해 당초 지분율에서 뒤지며 불리했던 상황 뒤집기에 성공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측이 주총 표 대결을 통해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장악을 저지한 것이다.

하지만 MBK·영풍 측은 이런 조치가 불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해 양측 경영권 분쟁은 법정다툼을 포함한 ‘연장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핵심 안건으로 주목받은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 표결 결과 출석 의결권의 약 73.2%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승부가 결정지어졌다. 이 안건은 현재 제한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최 회장 측이 제안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의 '11대 1' 구조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추천 이사 14명을 이사회에 새로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날 표 대결에서 이사 수 상한 설정안 가결로 MBK·영풍 측이 차지할 수 있는 이사 자리가 최대 7석으로 제한되면서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은 좌절됐다.

이어 이사 선임안 투표 결과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 7명이 모두 과반 득표를 얻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MBK·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은 모두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은 것은 고려아연이 전날 단행한 순환출자로 지분율이 25.42%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영향이 컸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MBK·영풍 연합이 높다.

하지만 전날 조치로 의결권 효력이 있는 MBK·영풍 측 지분이 40.97%에서 15.55%로 축소되면서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전날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MBK·영풍 측은 임시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소송 등 법적대응에 나설 방침이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날 1-1호 의안으로 발의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상법상 '3% 룰'이 적용된 표결을 거쳐 통과됐다.

집중투표제는 지분율에서 열위에 놓인 최 회장 측이 가족 회사인 유미개발을 통해 제안했다.

다만 법원이 MBK·영풍 측이 신청한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을 지난 21일 인용하면서 이날 의안 가결에도 적용은 다음 주총부터로 미뤄졌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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