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배우자·동생도 문제 삼아

2025-02-03 13:00:31 게재

헌법학자들 “특정 재판관 배제 의도, 본질 왜곡”

▶1면에서 이어짐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권한쟁의심판의 쟁점은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이 부작위(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음)로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다. 헌재는 최 대행에게 재판관을 임명할 의무가 있는지,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국회의 재판관 선출권과 헌법소원 청구인의 재판받을 권리 등이 침해됐는지,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 일부만 임명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마 후보자 임명 보류가 위헌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면 최 대행에 대한 마 후보자 임명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바로 임명한다면 헌재는 ‘9인 체제’를 갖추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 후보자 임명보류 권한쟁의심판 사건 선고가 다가오면서 윤 대통령측은 헌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는 국회의 의결은 없었다”며 “명백한 절차적 흠결이 발견된 것”이라고 헌재의 각하결정을 압박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인이 아닌 ‘국회’를 대표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측 대리인은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당사자인 권한쟁의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국회의 의결이 없었다는 이유로 부적합하다고 본 예가 없고, 오히려 국회의 의결 없이도 국회 소송행위 자체는 적법하다는 전제에서 결정했다”고 반박했지만 윤 대통령측은 “의사는 헌법이나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제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국회법 109조를 들어 본희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헌법재판관들을 겨냥한 윤 대통령측의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측은 지난달 31일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에 대한 회피 촉구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측은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류한 사실을 문제삼으며 문 대행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선 재판관에 대해선 “친동생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배우자는 이 대표와의 재판거래 의혹 및 대장동 50억 클럽으로 재판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같은 법무법인에 근무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정계선 재판관의 경우 배우자인 황필규 변호사가 탄핵 촉구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리고 황 변호사가 속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이사장이 국회측 대리인단 공동대표 김이수 변호사인 점에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측은 비슷한 사유로 정계선 재판관 기피 신청을 냈으나 기각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법에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2명 이상의 재판관을 기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측은 ‘회피 촉구’라는 방식을 통해 헌법재판관 압박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헌재 흔들기가 이어지면서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지난주 브리핑에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사법부의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헌재는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100여명의 헌법학자들이 참여하는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재판관 개인적 성향을 문제삼는 주장은 결국 정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특정 재판관들의 회피를 강요해 그들을 재판에서 배제하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며 “이러한 배제 의도는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이 각각 3인씩 선출 혹은 지명한 9인의 재판관들에 의해 헌법 재판이 이뤄지도록 한 우리 헌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당하게 임명된 재판관들을 부당한 사유로 근거없이 공격하는 것은 헌법재판의 권위와 독립성을 흔드는 것이자 우리 사회가 쌓아온 민주헌정에 대한 신뢰와 합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법적 판단을 수행하는 탄핵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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