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정상, 트럼프 관세위협에 “단호 대응”

2025-02-04 13:00:03 게재

10시간 마라톤 대책회의

그린란드 야욕도 경계

유럽연합(EU)이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지체 없이 대응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회의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불공정하고 독단적으로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경우에 EU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강력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대미관계의 잠재적 도전 과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며 “관세는 불필요한 경제적 혼란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막판 협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관세를 유예했듯 EU도 관세를 막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나’라는 질문에도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준비를 해야 하고 준비가 돼 있다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나선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친구간에도 문제나 견해차가 있을 수 있으며 대화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스스로의 가치와 원칙을 방어해야 하며 이익에 대해 타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각국 정상들도 한층 단호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무역 측면에서 공격당한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 일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유럽에 경종을 울린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EU은 더 단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EU는 강력하며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것이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 우리의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다만 다수 정상들은 대서양 동맹인 미국과 EU간 관세분쟁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우선은 협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U 상반기 순회의장국인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완전히 불필요하고 바보 같은 관세전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도 “나는 (무역)전쟁이 아닌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동조했다.

10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회의는 애초 EU 차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준비한 일명 ‘국방 정상회의’였다.

그러나 무역에서 방위비 문제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압박에 사실상 ‘트럼프 대책회의’가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편입 의사를 노골화한 덴마크령 그린란드 현안에 대한 EU 차원의 공동 입장,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관련 질문을 받고 “EU는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유엔 헌장을 지지하며 이는 전 세계 공통된 원칙”이라며 “덴마크 영토적 완전성을 보존하는 것은 모든 회원국에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