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합의 필요성 갈수록 증가하는 아세안
아세안 제조업, 중국과 힘겨운 경쟁 중 … 규모의 경제 키우고 부품산업 발전시켜야

특히 안와르 수상은 아세안 전체 세션 - ‘아세안 같이 강하게(ASEAN: stronger together)’에서 AI시대에 아세안 협력과 미래를 설명했다. 아세안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디지털 시대에서 아세안이 7억에 가까운 인구의 신흥시장이며, 분열하는 세계 속에서 협력과 상호존중이라는 전통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자원, 시장, 역동성을 갖추고 있는 아세안이 미국과 중국의 가교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높아지는 아세안에 대한 관심 = 사실 중소개도국 10개국 연합체가 이처럼 관심을 끄는 이유는 아세안이 하나의 정치경제적 정체성을 가진 조직으로 통합하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1967년 설립 이후 점진적으로 협력을 증강하여, 2015년에는 정치안보공동체, 경제공동체, 사회문화공동체로 구성되는 아세안공동체를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이 중에서 경제공동체는 1992년부터 주진해 온 아세안자유무역지대를 기반으로 아세안을 단일 시장과 생산기지로 전환했다. 포럼에서 팜 수상은 “혼자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아세안은 하나의 정체성, 하나의 목소리로 통합성장하면서 글로벌사회에서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통합된 아세안이 실체적으로 존재하는가? 아세안 총수출 중 역내 수출은 2024년 3/4분기까지 22.5%, 수입은 20.4%로서 역내 교역비율이 21.5%이었다. 역내교역비율은 공동체가 출범한 2015년 23.6%에서 2%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EU 28국의 2023년 역내 수출비율은 63.6%, USMCA의 역내수출비율이 50.7%였다는 점에서 아세안의 역내 교역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역내교역 비율이 2015년 수출이 24.5%, 수입이 22.5%였던 것을 고려하면(표 참조) 공동체를 출범한 이후 역내 무역증가율은 역외 무역증가율보다 더 낮았다는 것이다. 회원국별로는 2015년 이후 현재까지 필리핀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역내교역비율이 감소했다.
◆아세안 경제통합에서 일어나는 변화 = 역내 교역비율의 하락과 함께 역내 경제협력 구조도 변하고 있다. 첫째, 아세안의 관문 역할을 하던 싱가포르는 중계기능은 약화 되지만, 말레이시아와의 경제통합은 심화하고 있다. 아세안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은 싱가포르를 주요 원료나 중간재 등의 조달창구로 이용했기 때문에 싱가포르는 역내 교역의 허브 역할을 했고, 그 결과 역내수입보다는 수출이 더 많았다. 2015년 역내수출비율은 30.1%, 역내수입비율은 21.1%이었고, 2024년에는 30.0% 및 19.7%로 역내 수입비율이 약간 감소했다. 그렇지만 아세안 역내교역에서 싱가포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2.3%에서 2023년 29.0%로 감소했다. 다른 국가들의 역내교역이 더 빨리 증가하면서 싱가포르의 아세안 전체의 관문으로서 그 기능이 다소 약화한 것이다.
싱가포르 역내수출입 중 말레이시아 비중은 2015년 수출 35.9%, 수입 51.0%이었으나 2023년에는 각각 33.8%와 53.7%로 수출비중은 감소했고 수입비중은 증가했다. 양국의 주요 교역품은 반도체 집적회로, 석유제품 등이다. 즉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싱가포르 기업을 포함한 많은 다국적기업은 싱가포르를 중계기지로 이용하여 싱가포르와 분업을 하거나 싱가포르항을 이용하여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7일에 싱가포르의 로렌스 웡 수상과 말레이시아 안와르 수상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은 조호-싱가포르 특별경제지대(JS-SEZ)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와의 통합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베트남 역내교역 증가해도 낮은 수준 = 둘째, 아세안 2위 수출국으로 성장한 베트남의 산업발전이 기대만큼 역내교역 확대에 기여하지 않는다. 2015년 베트남의 역내 교역비율은 12.8%로, 수출비율은 11.1%, 수입비율은 14.4%로 역내수입에 더 적극적이었다. 2024년에는 역내 교역비율 10.6%, 수출비율 9.2%, 그리고 수입비율은 12.2%로 감소했다. 이 기간에 베트남의 교역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에 아세안 역내교역에서 베트남의 비중은 수출이 6.3%에서 8.0%로 증가했고, 수입은 9.6%에서 11.4%로 증가했다. 이처럼 베트남의 역내교역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즉 베트남이 공업화 과정에서 아세안과의 생산분업을 강화하지 못했고, 중국, 한국 등 주요 대상국과 교역이 아세안 역내교역보다 더 빨리 증가했던 것이다.
베트남은 아세안에서 제조업 부품을 수입한다. 부품 수입은 2015년 이후 2019년까지 급속히 증가해 베트남의 산업발전이 아세안 역내분업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이후에는 증가속도가 둔화되었다. 예컨대 베트남은 태국과 인도네시아로부터 자동차 및 부품을 수입한다. 베트남은 2015년 태국에서 7.5억 달러의 자동차 관련제품을 수입했고 2019년에는 18억 달러 이상으로 늘렸으나 2023년에는 15억 달러 정도로 수입을 줄였다. 인도네시아로부터는 자동차 및 부품을 2015년 5천만 달러 수입했고, 2019년에는 7.2억 달러로 늘렸으나 2023년에는 6.9억 달러 수입에 그쳤다. 국내에서 조달하거나 대안 수입처를 발굴한 것이다.
◆베트남의 대중국의존도 급속히 증가 = 마지막으로 아세안 경제통합에 중국이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도 분명하다(표 참조). 2015년에 아세안의 역내수출입은 24%와 22.5%로 대중국 수출입 비율 12.4% 및 19.8%를 크게 웃돌았으나, 2024년에는 대아세안 수출입이 22.5%와 20.4%로 감소한 반면 대중국 수출입 비율은 14.8%와 25.0%로 증가했다.
특히 대중국 수입은 대아세안 수입보다 더 많아져 대중국 교역에서 2024년에도 3/4분기까지 1400억 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베트남의 대중국의존도는 급속히 증가한다. 트럼프 1기가 시작되던 2017년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비율은 27.7%이었으나 2024년 현재 총수입의 37.7%를 중국에서 조달한다. 베트남은 말레이시아에서 2019년 8.6억 달러의 반도체(HS 7541, 7542)를 수입했고, 2023년에는 12.8억 달러로 수입이 증가했다.
대신 싱가포르에서는 2019년 24억 달러의 반도체를 수입했으나 2023년에는 29억 달러어치를 조달했다. 양국에서 모두 수입이 증가한 것이나 이 기간에 중국에서 조달한 반도체는 26억 달러에서 89억 달러로 증가했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아세안의 부품, 소재, 장비 수입이 중국으로 전환되고 있고 이는 아세안 역내교역 증가율이 낮은 주요한 원인이다.
◆아세안의 도전에 통합 노력 가속화 필요 = 환경변화는 아세안 통합의 필요성을 증가시킨다. 먼저 트럼프 정부가 아세안에 통상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트럼프 1기 직전 대중국 적자는 전체 미국 적자의 49.6%에 이를 정도였고, 금액도 2018년 4천억 달러를 상회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11월 누계로 중국 적자 비중은 25.0%로 감소했고 적자 규모도 2023년 2800억 달러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표 참조).
대신 미국의 아세안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증가했다. 2017~18년 기간에 연 1000억 달러였던 대아세안 적자는 2020년 이후 2천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24년 11월에는 아세안 4국, 즉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미국 적자 15위국에 포함되었고 이들에 대한 적자만도 거의 2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트럼프 2기에는 대중국 무역보복의 명분이 약화된 반면, 대아세안 압력의 명분은 높아진 것이다.
또한 대중국 적자에서 보듯이 아세안 제조업은 중국의 제조업과 힘겹게 경쟁해야 한다. 노동집약적 경공업뿐만 아니라 첨단제품 및 그 부품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아세안에 중요한 도전이다. 올해는 아세안이 추진해 온 ‘아세안공동체 청사진 2025년’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아세안은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선진기술을 흡수하고 부품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말레이시아와-싱가포르가 계획하는 조호-싱가포르 특별경제지역(JS-SEZ)은 그러한 노력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