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에너지믹스, 다양성과 합리성에 길 있다

2025-02-12 13:00:05 게재

에너지믹스란 인구증가와 전력사용량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 석탄 원자력과 같은 기존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과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것으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전략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국가별 전력 생산 에너지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의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통해 많은 양의 전기를 얻고 있다. 그중 인도와 중국은 석탄발전 비중이 60~70%에 달하며 우리나라는 석탄 33%, 천연가스 29%, 원자력 28% 등의 분포를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으며, 발전량으로 봐도 2024년 기준 세계 5위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탄소중립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에너지믹스는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시나리오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원의 비중 확대를 통한 전체 에너지믹스의 저탄소화, 에너지 효율 향상(산업 건물 교통 등), 교통수단 및 산업 공정의 전기화, 화석연료에서 저탄소 또는 무탄소 연료(예를 들어 수소)로의 전환 등의 주요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위한 관련 정책·규제 및 혁신과 기술개발을 포함하고 있다.

저탄소화 속도 더뎌 실적 크게 못미쳐

문제는 저탄소화의 속도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환을 포함한 에너지믹스의 저탄소화 속도가 특히 더뎌 목표 대비 실적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주요국들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유럽연합은 2022년 배출량 기준으로 목표 대비 58%, 미국은 33% , 우리나라의 달성률도 11%에 불과하다. 중국배출량은 기준년도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탄소중립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국가별 산업 형태도 한몫한다. 이른바 굴뚝산업 또는 중공업으로 불리며 대규모 시설과 장비가 필요한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조선 자동차 섬유 기계 제조업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 산업은 고온공정으로 인한 온실가스 과다 배출, 원자재 자체의 탄소 함유, 탄소감축의 기술적·경제적 한계 등으로 탄소 감축이 특히 어려운 난감축(Hard to Abate) 산업이라 불린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철강과 석탄 기반 산업이 많은 중국이 난감축 산업 비중이 50% 이상으로 세계 1위이며, 철강과 시멘트 산업 비중이 큰 인도가 그 뒤를 따른다. 미국 유럽연합도 30% 이상의 난감축 산업 비중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으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화두인 생성형 AI와 연관 반도체 산업은 AI 모델 훈련, 대형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운영 및 유지 보수, 반도체 제조 공정 고도화 등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해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수급 대책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반도체 공장을 10여 개 짓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약 10기가와트 규모의 전력공급이 안정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용량(약 110기가와트)의 10% 가량이 한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4년 기준 GDP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 높은 난감축 산업 비중과 미래 대표적인 먹거리로 추진되고 있는 생성형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 기조를 고려할 때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믹스의 활용은 우리나라 산업생태계 생존과 발전에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오늘날 기후위기와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믹스의 다양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실용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화석연료와 원자력의 안정성을 살리면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증가시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속가능 에너지 시스템 구축 정책 필요

화석연료는 현재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에 수반되는 탄소 배출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을 적극 활용해 줄여야 한다. 원자력은 안정성을 담보로 지속적인 전력공급과 낮은 탄소 배출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고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다양한 에너지원의 융합과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전환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에너지원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지속가능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립 실행 지원과 기술 혁신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이승국 한양대 대우교수 에너지자원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