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1.5%로 하향
기준금리 0.25%p 인하, 경기 둔화 방어나서
내수 부진에 수출까지 불확실성 커질 전망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장기화되는 고금리 등으로 내수부문의 침체가 길어지고 수출까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둔화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25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전망치(1.9%)에서 0.4%p나 낮춰 잡은 것이다. 한은은 또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이날 한은 전망치는 OECD(2.1%)와 (IMF·2.0%)는 물론 정부(1.8%), KDI(1.6%) 등의 전망치보다 낮다.
한은이 이날 금통위에서 결정한 ‘거시경제전망’은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소매판매는 21년 만에 가장 큰폭 감소했다. 제조업 일자리도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사태 이후 소비심리는 급속히 악화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도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해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수부문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수출도 정점을 지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1월 수출은 긴 설연휴 영향으로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2월도 지난 20일까지 일평균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면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00%에서 2.75%로 0.25%p 인하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환율 상승 등의 우려로 금리를 동결했다 이번에 다시 인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세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p 내렸다.
이번 결정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부진을 만회하려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이번 금리인하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가계 및 기업대출 금리의 하락으로 이어져 이자부담을 줄이고, 소비와 투자 여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회 기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p 내리면 가계대출 연간 이자부담은 약 9조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부담은 평균 약 46만3000원 감소하는 셈이다.
최근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움직임에 대해 당국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이제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대출금리를 내릴 때가 됐다”고 말해 후속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로 향후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지난해 말 계엄 선포 이후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져 달러당 1480원대까지 올랐던 환율은 25일 현재 1430원 안팎까지 하락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환율 움직임과 통화정책의 연관성에 대해 “특정 수준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고, 변동성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