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외자산 사상 첫 1조달러 ‘명암’

2025-02-28 13:00:04 게재

외화벌이·외환시장 변동성 완충 역할 기대

외화유입 감소는 국내시장 매력 저하 의미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7위 수준으로 명실상부한 대외채권국가로 나아가는 안정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대외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등을 통한 자본소득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비상시 외환시장 변동성을 방어하는 긍정적 역할도 기대된다. 다만 지나친 증권투자 급증과 상대적으로 국내투자 축소는 균형적인 자산운용 측면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4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1023억달러로 2023년 말(8103억달러) 대비 36.0%(2920억달러)나 급증했다. 내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에서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부채를 뺀 순자산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대외자산은 2조4980억달러, 대외부채는 1조3958억달러다.

대외자산 증가 주역은 대외 지분증권의 급증이다. 주로 미국 주식시장 투자 등에 집중된 증권투자는 지난해 말 7430억달러로 전년 말 대비 1202억달러나 늘었다. 지난해 한 해에만 한화로 약 170조원 이상을 달러로 환전해 미국 증시 등에 투자한 셈이다.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유통망을 확보하는 등의 직접투자가 같은 기간 231억달러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잔액기준으로도 주식 등 지분증권은 7430억달러로 직접투자(7478억달러) 잔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커졌다.

대외자산의 증가는 배당과 이자 등을 통한 외화 수입의 원천이 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접투자를 통한 배당수입만 299억달러에 달하고, 증권투자를 통한 배당(94억달러) 및 이자(69억달러)수입 등을 합쳐 총 706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여기에 지난해처럼 미국 증시가 활황을 보인 경우 국내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양도차익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풍부한 대외자산은 외화 획득과 함께 외환시장 변동성의 방파제 역할도 한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은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이 갈수록 감소하는 것과 관련 민간이 보유한 대외금융자산이 환율방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왔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면 환차익을 위해 달러 등 외화자산을 팔고 원화로 환전하기 때문에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대외 투자의 급증은 달러를 비롯한 외환수요가 급증해 환율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이 외면받으면서 우리 기업의 자본조달 등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데 비해 국내 투자가 침체되면 양질의 일자리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채권국가인 일본도 3조달러 넘는 대외 순투자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지만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자국내 일자리 감소와 제조업 경쟁력 상실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이 줄어드는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 잔액은 2699억달러로 전년 말 대비 193억달러가 줄었고, 증권투자는 무려 1180억달러 감소했다. “환율이 상승해 달러 표시로는 줄었지만 원화로는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늘었다”(한은 관계자)고는 해도 국내로 해외자본의 유입이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우리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매력이 줄고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외자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선진국형 채권국가로 가고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국내에서 자본이 빠르게 빠져나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거시적 측면의 자산운용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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