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창용 한은 총재가 정치를 한다면

2025-03-11 13:00:01 게재

“조기대선이 열리면 여든 야든 이창용 총재를 영입해 경제를 맡기면 성공할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한 국회의원과 최근 식사자리에서 오간 얘기다. 평소 상임위에서 유심히 지켜본 모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이 총재를 국무총리 후보로 검토했다고 한다.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준비한 답변이라며 “눈꼽만큼도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잘랐고,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벌인 희대의 불장난으로 없는 일이 됐다.

그렇다면 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자리 정도로 알려진 한국은행 총재가 이처럼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받을까.

우선 경제를 안다. 그가 쌓아온 학력이나 경력을 떠나서 현재 우리나라 거시경제를 가장 속속들이 아는 사람일 것이다. 중앙은행이 가진 최신 통계를 각종 거시경제모형으로 돌려 추산한 경제전망은 최종적으로 이 총재를 거쳐 세상에 나온다. “기준금리를 0.25%p 내리면 GDP 성장률은 0.07%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거나 “비상계엄으로 환율이 달러당 30원 가량 상승했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감각이 있다. “계엄이 터지고 수많은 해외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관계자로부터 연락받았다. 한국 괜찮냐고.” 이 총재가 비상계엄 이후 한 말이다. “계엄은 밖에서 볼 때 국가부도나 내전을 의미한다. 경제에 최악”이라고도 했다. 긴급할 때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글로벌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 얼마나 있을까.

눈이 미래로 향해 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을 강조한다. 투입 가능한 노동과 자본이 제한된 상황에서 시스템을 고쳐 생산성을 높여야 지속가능한 경제·사회공동체가 유지된다는 생각이다. 그 주역은 청년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평소 교육과 노동개혁을 통해 청년들이 마음껏 뛰어놀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렇게 놓고 보면 마치 그가 나라를 이끌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이창용’이라는 고유명사가 아닌 ‘이창용 같은 사람’으로 살짝 바꿔보자.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최소한 자신만이 지금의 혼란한 대한민국을 구제할 수 있다고 앞다퉈 나서는 사람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요새 정치권에서 ‘법기술자’ '법꾸라지'라는 말로 여야가 서로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다. 오십보 백보다. 그래서인지 시중에 이런 말도 나돈다고 한다. “더 이상 과거만 캐는 법대 출신에게 나라를 맡기면 안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이과 출신이나 최소한 있는 밑천 안까먹을 경제·경영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제 안보·경제질서가 근본부터 바뀌는 ‘트럼프2.0 시대’다. 그 트럼프와 싸우고 있는 캐나다가 최근 국가 수장을 바꿨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전직 중앙은행 총재 출신이다. 이래저래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백만호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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