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AI 민주화 시대, 중소기업의 혁신과 산업 판도 변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그록-3 등 최첨단 거대언어 모델의 등장은 AI 성능의 극한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동시에 AI 기술혁신의 주체가 더 이상 거대자본을 가진 소수의 기업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과거 AI 기술 개발은 막대한 컴퓨팅 자원, 특히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운용할 수 있는 기업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중국 딥시크 모델로 AI 민주화 시대 개막
그러나 중국 딥시크 모델의 공개는 이러한 AI 기술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AI 민주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했다.이는 더 이상 천문학적인 자본 투자 없이도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이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AI 민주화는 곧바로 각 산업 영역에서 AI를 선도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의 폭발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난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자신이 속한 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접목하는 기업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전기차 산업에서 테슬라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하드웨어 기술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등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이처럼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 기술은 범용적인 거대언어모델조차 넘어서는 수준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핵심 동력이 될 게 분명하다.
더욱 주목할 점은 더 이상 막대한 GPU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과거 10만개에 달하는 GPU를 동원해야 했던 거대언어모델 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소수의 GPU만으로도 특정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AI 모델 개발이 가능해졌다.
이는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개인에게도 충분히 혁신의 기회가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AI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AI 민주화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빠른 인사이트와 실행력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산업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이를 신속하게 현실로 구현해낼 수 있는 기동력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딥시크를 개발한 중국 항저우의 사례, 그리고 특정 산업 AI 에이전트 개발로 주목받는 중국 ‘마누스’와 같은 스타트업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중국의 스타트업 ‘마누스’는 이러한 AI 민주화 시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산업 분야에 AI 에이전트를 특화해 개발함으로써,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가 이상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는 더 이상 막대한 연봉을 받는 다수의 전문가에게 의존할 필요 없이 AI 기술 하나만으로도 산업의 판도를 뒤집고 혁신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시사한다.
빠른 인사이트와 실행력이 경쟁력 좌우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대한민국에게도 중대한 기회이자 도전으로 다가온다. 대한민국은 어떤 좌표를 설정하고 나아가야 할까? 미국의 시장주도형 모델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정부주도형 모델을 참고해 우리만의 혁신전략을 수립할 것인가? 어떤 길을 택하든 핵심은 AI 기술 발전을 단순히 기술적 진보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동력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AI 민주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가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AI 기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AI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AI 기술의 산업현장 적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규제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창의적인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AI 민주화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소규모 기업과 개인의 AI 활용 혁신을 장려하는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AI 순위에서 세계 6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발’(3위), ‘인프라’(6위) 등의 항목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인재’(13위), ‘연구’(13위), ‘벤처투자’(12위)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아 오픈AI나 딥시크 급의 AI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럽연합(EU)의 AI법을 참고해 고위험 AI와 금지 된 AI, 생성형 AI 정의 등을 한국 체계에 맞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직접 모델을 개발하는 것보다 인프라 지원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을 뒷받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AI 기술 교육 및 활용 지원 - AI 기초교육부터 산업별 특화 교육까지 다양한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소규모 기업과 개인이 AI 기술을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AI 개발 인프라 공유 및 클라우드 활용 지원 - 고가의 컴퓨팅 자원을 공유하거나 클라우드 기반 AI 개발 환경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초기투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개방 및 활용 촉진 -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양질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를 완화해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넷째, AI 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 활성화 - AI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유치 및 성장 지원을 위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다섯째, 산업별 AI 활용 컨설팅 및 네트워킹 지원 - 각 산업 분야의 전문성과 AI 기술을 융합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하고, 기업 간 협력 및 정보 교류를 위한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여섯째, AI 윤리 및 안전 교육 강화 - AI 기술의 올바른 활용과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윤리적 문제 발생 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최근 AI 전문가를 사칭한 사기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이러한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단속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할 것이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미래 결정
결론적으로, AI 민주화는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더 이상 거대 기업만이 혁신을 주도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빠른 통찰력과 과감한 실행력을 가진 소규모 기업과 개인이 AI 기술을 무기 삼아 얼마든지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인식하고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이 AI 혁명의 선두주자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정책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의 과감한 투자와 규제혁신이다. 1990년대 말 정보화 시대에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했던 것처럼 이제 AI 시대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 기업 학계 시민사회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인공지능 패권경쟁의 시대,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