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알테쉬 ‘싼 게 비지떡’이라지만

2025-03-14 13:00:02 게재

중국 전자상거래(C커머스)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이어 테무까지 한국시장 직접진출을 선언했다. 쉬인은 국제인증기구로부터 200만개 제품 안전성 시험을 완료했다고 한다. 고질적인 제품 안전성 문제를 일부 해소했다는 다른 표현이다. 이 역시 한국에서 직접 장사하겠다는 속내다.

‘알테쉬’로 불리는 이들 C커머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저가상품을 앞세운다는 게 공통점이자 강점이다. 지갑 얇은 한국소비자에겐 신세계나 다름없다. 부모로부터 용돈을 타서 쓰는(엄빠카드) 청소년 입장에선 달콤한 유혹 그 자체다.

수치만 봐도 그렇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20세 이상 한국인이 신용카드·체크카드·계좌이체로 결제한 금액을 표본조사한 결과 지난해 알리와 테무 결제추정금액은 각각 3조6897억원, 6002억원에 달한다. 두곳 결제금액을 합치면 전년 대비 85%나 급증했다. 고물가로 몸살을 앓는 한국소비자들에겐 뿌리치기 힘든 ‘온라인 동묘시장’이었던 셈이다.

마찬가지로 C커머스들은 미국을 대신할 ‘대체시장’ 중 한곳으로 한국을 눈여겨봤을 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격’으로 중국기업이 미국시장에서 장사하기란 더 어려워졌다. C커머스들의 한국행이 빨라진 이유다.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뿐 아니라 쓱닷컴 11번가 컬리 등 한국 이커머스업계엔 ‘골치거리’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도저히 싸움이 안된다.

다만 ‘중국산=비지떡’이란 소비자 ‘인식’에 기댈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이 공식은 어느 정도 통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싼맛에 한두번 사보고 만다’거나 ‘일회용 소모품 살 때만 이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건수에 비해 구매금액(3만원 미만)도 매우 적다.

최근엔 중국산은 저품질에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 당장 지난달만 해도 ‘알테쉬 판매 학용품 16개 제품중 7개 제품에서 납과 카드뮴 등 유해 물질이 나왔다’는 서울시 발표가 있었을 정도다.

‘경계는 하지만 전력을 다해 대처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게 국내 이커머스 입장인 듯하다. 이 때문인지 국내 이커머스들은 ‘정면대결보단 우회 흠집내기' 여론전 같은 느슨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런데 세계를 놀래킨 중국산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 딥시크가 나온 지금도 같은 전략일지 궁금하다. '대륙의 실수' 같은 가성비 좋은 중국산 제품이 가끔이 아닌 늘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애써 외면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중국산 제품들이 '싼 비지떡'이 아니라 '싼데도 찰떡'이 될 날도 머잖아 보인다. '갈대' 같은 소비자를 믿고 맘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고병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