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시 조정국면서 기업들 명암 엇갈려

2025-03-14 13:00:11 게재

빅테크·빅뱅크 주가 하락 커

방어주, 외면된 종목은 선방

지난 3주 동안 미국 증시의 전반적인 하락은 엔비디아나 테슬라 등 거대기업들이 주도했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패자뿐 아니라 승자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각) “투자자들이 경제침체 우려,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면역력을 가진 주식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역대 최고치를 찍은 S&P500 지수는 현재까지 약 10% 하락했다. 가장 눈에 띄는 패자는 기술주, 고성장 기업주였다. 최근 수년 동안 이들 기업의 주가는 치솟았다.

인공지능(AI) 붐의 핵심인 엔비디아 주가는 그때부터 현재까지 약 17%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첨단 반도체를 덜 쓰는 중국 AI기업들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우려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선 승리로 급등했던 테슬라 주가는 약 30% 하락하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데이터분석기업 ‘팔란티어’는 지난달 최고치에서 현재까지 약 25% 하락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에 속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는 그나마 선방했다. 7%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씨티그룹 주식전략가 드류 페팃은 “최근 증시하락의 최대 피해자는 지난 수년간 가장 많이 오른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미국경제 침체 우려에 직접 노출된 기업들도 타격을 입었다. 대표적으로 항공주는 수요 부진 예상과 맞물리며 하락했다. 델타에어라인과 아메리칸에어리인, 유나이티드에어라인 등의 주가는 지난달 S%P500 최고점 대비 약 30% 하락했다. 침체 우려에 민감한 또 다른 부문인 금융업종도 타격을 입었다. 씨티그룹과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주가는 20%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이른바 ‘방어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변동에 둔감한 주식이다. 가장 눈에 띄는 승자는 유틸리티기업들이다. 아메리칸워터웍스는 지난달 19일 이후 9% 상승했다. 헬스케어 기업 머크앤코는 10% 상승했다. 미국 주요 철강업체도 급락을 피했다. 트럼프정부가 캐나다산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US스틸과 뉴코 주가는 11일(현지시각) 상승했다. 철강부문 주가는 지난달 최고점 이후 S&P500지수를 앞서는 성적을 거뒀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아닌 기술기업 주가는 나름 선방했다. 퍼트남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인 솁 퍼킨스는 “그동안 무시된 종목이었던 시스코와 IBM은 하락세가 덜했다”며 “이들 주식은 그동안 성장주 또는 가치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노트에서 “경제성장, 무역정책, AI 등에서 오는 리스크에 둔감한 주식들로 투자처를 전환해야 한다”며 신용평가사 ‘S&P글로벌’과 유통기업 ‘크로거’를 추천했다.

소형주들도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형 기술주 매도세에서 큰 폭의 주가상승을 기록한 소형주들이 이번엔 증시전반과 함께 하락세다. FT는 “미국경제의 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형주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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