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6
2025
‘3월 정기주총 시즌’이다. 800개가 넘는 상장사들이 정기주주총회를 일제히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4대 지주의 위험가중자산(RWA)이 폭증하고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낮아지면서 주주환원 규모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말 기준 4대 지주의 위험가중자산은 전 분기 말 대비 35조원이 증가했다. 하나지주는 13조5000억원, KB지주와 우리지주는 약 7조5000억원, 신한지주에서는 6조5000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사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12·3 내란사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달러당 1307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2월 말 1472원으로 165원 치솟았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발전상에 ‘격세지감’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국내 금융사들이 갖고 있는 외화대출 가중치에 영향을
03.12
홈플러스 대주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MBK에 대한 시중 여론도 시간이 갈수록 악화된다. 12일 금융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압박과 비판 여론이 MBK로 향하는 데는 대주주의 자구 노력 없이 지난 4일 기습적으로 법원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납품업체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에서는 2만명의 직영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한 10만여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입점업체(테넌트)도 약 8000개에 달하며 이들 상당수는 생계형 자영업자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해 김병주 MBK 회장의 자산 가치를 97억달러(한화 약 14조원)로 추산했다. 국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15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국세청은 11일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통상 5년 단위로 이뤄지는 정기조사라는 MBK 입장과 달리 세무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비정기 세
02.27
“엔지니어들이 딥시크를 미친 듯이 분석하고 가능한 모든 것을 복사하려고 노력 중이다”(메타 직원), “AI 기업에 과도하게 투자한 일부 벤처캐피털을 멸종시킬 수준의 사건이다”(악시오스 기자). 지난 1월 20일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출시한 최신 AI 모델 ‘R1’에 대한 반응이다. 성능은 미국 오픈AI 최신 모델과 비슷한데 훈련비용은 557만달러밖에 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대형언어모델(LLM) 훈련비용은 수억달러로 추정된다. 딥시크의 설명대로라면 1/20 이하로 비용을 낮췄다. AI 선두기업이 1만6000장 이상의 칩을 사용해 챗봇(chatbot)을 훈련한 것과 달리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생산한 그래픽처리전용칩(GPU) 2000장만 필요했다. 훈련에 사용된 GPU는 H800이다. H800은 미국의 규제로 H100의 중국수출이 금지되자 그보다 사양을 낮춰 중국에 수출된 제품이다. ‘누가 더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AI를 구현하
01.31
미국경제의 ‘나홀로 호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1920년대와 닷컴시대 등 과거에는 미국증시가 오르면 다른 나라 증시도 덩달아 상승했다. 하지만 요즘은 미국시장의 호황이 다른 나라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1980년대 경우 글로벌 시가총액의 3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시가총액(121조8000억달러)의 50.9% 수준으로 올라갔다.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7%인데 이보다 훨씬 높다. 작년에 증가한 글로벌 시가총액의 90%는 미국의 주가총액 상승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0.5%p 상향 조정했다. 프랑스(1.1→0.8%) 독일(0.8→0.3%) 등 주요 선진국의 전망치를 내린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전망도 장밋빛 일변도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는 현재 6000포인트 안팎인 S&P500지수가 금년 말 650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는
12.30
2024
한국의 금융시장과 기업들이 제2의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증시는 이미 외국인 투자자는 물론 국내 투자자들한테도 외면받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재투자를 꺼린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해 1500원을 향하고 있다. 12.3 내란사태가 초래한 정국불안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확인됐다. 내년에 실행될 미국의 초강경 관세정책은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한국경제가 ‘양털깎기’ 대상이 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양털깎기’란 신흥국의 폭락한 자산을 헐값에 매입해 경기회복기에 팔아 큰 차익을 챙기는 투기자본의 행태를 말한다. 12.3 내란사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확인시켜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27일 종가 기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합산 시가총액(시총)은 2303조원이다. 내란사태가 일어난 3일 2393조원에서 90조원이
11.29
10월 중국 수출이 급증했다. 전년 동월 대비 12.7% 늘었다. 9월 2.4% 증가보다 훨씬 커졌다. 수입은 2.3% 하락했다. 10월 무역흑자액은 957억달러다. 시장예상치 750억달러를 상회했다. 10월 중국의 대미수출은 8.1%, 대미수입은 6.6% 각각 늘었다. 중국의 10월 수출이 급증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선거 승리를 염두에 두고 고율관세를 피하기 위해 수출품을 서둘러 선적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트럼프가 중국과 관세전쟁을 처음 시작했을 때 중국은 당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중국 지도부가 심리적으로 상당히 안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10월 수출증가와 무역흑자 확대는 중국이 공산당의 지도 아래 2018년보다 관세전쟁 준비를 더 잘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미국에 반격할 수 있는 전략적 조치 실행 그동안 중국은 미국에 반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적 조치들을 실행했다. 핵심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맞불관세와
10.31
다음달 5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선거의 현재 판세는 승부를 단언할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이다. 승부를 결정지을 7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 모두 마지막 세몰이에 집중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추세적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선 시즌이 가열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그 규모는 2021년 8416억달러, 2022년 9512억달러, 2023년 7734억달러에 달한다. 세계경제의 눈과 귀가 상승세인 트럼프의 경제공약에 집중되고 있다. 그중 관세분야가 핵심이다. 트럼프 재임 시절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는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하면 세계무역에 1조달러(약 1385조원)의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서 “이는 미국이 입을 피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50조달러 규모인 세계무역의 2%를 날리는 셈이다. 트럼프 관세, 세계 무역에 1조달러 타격 그러나 트럼프 관
09.30
경기침체를 미리 경고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정부는 적절한 시점에 재정을 풀고 투자자들은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미국경제연구소(NBER)가 결정한다. 침체 판정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이런 시간차 때문에 경기침체 대체지표들이 개발됐다. 많은 지표가 미국경제에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알린다. 가장 잘 알려진 ‘삼의 법칙(Sahm’s rule)’은 8월초 미국경제가 침체에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 최저치보다 0.5%p 높은 경우를 침체로 본다. 미국채를 기준으로 삼는 지표도 있다.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낮아지는 수익률곡선 역전 여부를 따진다. 수익률곡선이 역전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중반부터다. 역전 상황이 최근처럼 정상화되면 본격적인 침체가 시작된다고 판단한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미국 경제침체에 빠질 확률 높아 NBER에 따르면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