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7
2025
120년 전인 1905년 을사년. 황성신문 주필이었던 장지연은 을사늑약 체결(11.17) 사흘 후 ‘이 날을 목 놓아 통곡한다(是日也放聲大哭)’라는 시론을 써 나라를 잃은 울분을 쏟아냈다. 120년이 지난 2025년 을사년 4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으로 다시 ‘목 놓아 통곡할’ 시론을 쓰지 않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이 파면되지 않았더라면 2025년 을사년 또한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진 해’로 기록될 뻔했다. 윤석열 파면 후 국민들은 ‘3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듯하다’고 반색한다. 이제는 ‘내란성 스트레스’ ‘비상계엄 불면증’ ‘탄핵 우울증’이라는 말들도 웃으며 할 수 있게 됐다. 윤석열이 남긴 상처는 깊고 크지만,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지만 그래도 자격 없는 지도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은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게 만들 것이다. 탄핵광장에 울려퍼졌던 K-팝 ‘다시 만난 세계’ 노랫말처럼 “반복되는
02.28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人不可以無恥).’ 맹자 진심(盡心)편에 나오는 말이다. 예부터 어른들은 “사람이 염치를 모르면 짐승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후진술이 끝난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은커녕 최소한의 염치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도 ‘윤석열스러운’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도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도 없었다.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라”(동아) “승복을 약속하라”(조선) 등 보수언론의 주문조차 모르쇠 뭉개버렸다. 늘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일깨우기 위해 계엄을 했다”고 입에 발린 거짓말을 했고, 북한개입설과 부정선거 음모론의 헛소리를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직무에 복귀하면” 어쩌구 하면서 거듭 국민의 염장을 질렀다. 지금 윤 대통령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계엄선포 후 83일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01.20
윤석열 내란사태가 결국 폭동으로 번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극렬 지지층들이 서울 서부지방법원을 들이닥쳐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내란사태 정국에서 ‘민주주의 원주민’ MZ세대들이 꽃피운 K-민주주의를 아스팔트 극우들이 꺾으려고 한 셈이다. 4년 전 트럼프 극렬 지지층들의 미 의회 난입을 보면서 “저게 민주주의야”라고 했던 비웃음을 고스란히 돌려받게 생겼다. 부끄럽고도 참담한 일이다. 이 폭동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은 19일 서울구치소에서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명해 줄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앞서 애국시민 운운하며 싸워달라고 극렬 지지층을 부추겨놓고서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뒤늦게 아니라고 하는 격이다. 자신이 살겠다고 지지세력을 선동해놓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듯한 윤 대통령의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노라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인다. 민주주의 파괴 대가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헌정 이후 최초의
01.14
새해벽두부터 난데없이 독재정권의 망령이 소환됐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름도 섬뜩한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이다. 이승만시절 정치깡패집단 이름이자 5공시절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민들에게 무자비하게 곤봉을 휘두르던 사복경찰 이름의 백골단이 윤석열을 지키겠다며 부활한 것도 어이없는데, 이들이 무슨 애국자인 양 국회로 불러 입에 발린 소리를 한 ‘백골공주’를 보면 숨이 탁 막힌다. 앞서 한남동 탄핵저지 집회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선동꾼 전광훈 목사에게 “너무도 존귀하신…” 어쩌구 하면서 90도 인사를 해 보는 이들을 뜨악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말에도 그는 “탄핵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며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아스팔트 우파 시민들에게 큰 절을 올려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것은 2025년 연초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여준 단면들이다. 둘만 그런 게 아니다. 소수를 제외한 국민의힘 전체가 집단최면이라도 걸린 듯 시대를 거스르지 못해 안간힘이다. 주권자에게 버림받
01.10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거대언어모델(LLM) 인공지능(AI)은 ‘틀린 말을 매우 그럴 듯 하게 하는’ 환각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환각을 극복하기 위해서 검색증강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이라는 기술도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정도의 접근법으로는 환각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챗GPT-4o, 챗GPT-o1 등을 사용해본 사용자들의 체감이나 언론보도를 보면 환각문제가 점차 해결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은 기간 내에 4o나 o1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전에는 오답을 양산하거나 환각을 이야기하던 AI가 이제는 거의 비슷한 난이도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일반 사람의 평균보다 높은 정답률을 보여주며 이제는 환각을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인간의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시험문제를 4o나 o1에게 던져주면 문제를 꽤 잘 풀어낸다. 깜짝 놀랄 정도의 정확도는 학습
12.31
2024
지금 우리나라는 지도자 한명 잘못 뽑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계엄에 이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파국 선택은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버렸다. 정치적 혼란은 물론, 그렇지 않아도 내리막길이었던 경제는 침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2기 출범 등 엄중한 외교안보적 전환기조차 그냥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는 우울한 마음들을 더 무겁게 짓누른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수사는 거부하면서 여전히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중인 양 처신해 국민 부아를 돋우고 있다.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수라” “국회가 해제하면 제2, 제3의 계엄을 하면 된다”는 식의 차고 넘치는 내란 지휘 정황에 대해서는 ‘모르쇠’하면서 무안공항 참사에 대해 “국민과 함께 하겠다”며 염장을 지른 것이다. 그야말로 “용산이무기의 지랄발광”(김용태 신부)에 온 국민이 화병에 걸릴 지경이다. 전두환만큼 후안무치하고 박근혜보다 더 반역사적인
12.13
12.3 내란사태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는 국민과 국회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12.12 쿠데타 45년 된 날 위헌·불법계엄을 옹호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를 알려 주기 위해 계엄을 결정했다”고 강변했다. 또 내란사태 당일 현장 군 지휘관들에게 “의원들을 끄집어 내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들이 만천하에 공개됐음에도 그는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안막았다” “국회를 마비시킬 생각은 없었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는 “임기를 포함한 국정을 당에 맡기겠다”고 한 자신의 말도 뒤집었다. “수사건 탄핵이건 싸우겠다”며 자진사퇴를 거부했고 담화 뒤 곧바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12.12 궤변담화는 오히려 탄핵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표현처럼 ‘광란의 칼춤’을 추며 스스로 ‘괴물’임을 입증해 보인 데 대해 전문가들도 국민도 “제정신이 아니다” “뻔뻔하고 후안무
12.09
윤석열발 불법 비상계엄 이후 정국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오전 회동 후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을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했다. 앞서 검찰은 계엄 핵심용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체포, 동부구치소에 구금했다. 얼핏 보면 불법계엄에 대한 수습책들이 발빠르게 진행되는 듯하다. 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제2 계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국민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7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무산되면서 실질적 법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제어할 장치를 아직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무정지시키지 않으면 계엄 가능성 여전 윤 대통령은 7일 국회의 탄핵표결에 앞서 짧은 대국민담화에서 “제2의 계엄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12.04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 선포가 155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10시 25분 경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는 곧바로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켜 계엄선포를 무효화했다. 헌법 제77조 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이 즉각 해제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는 국회에 모인 재적의원 190명이 참석,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찬성 의원 중에는 여당 의원도 20여명 포함됐다. 국회의 의결 3시간 30분 뒤 윤 대통령은 다시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엄철회를 결정했다. 이로써 윤석열발 심야 계엄소동은 6시간짜리 한바탕 정치소극으로 막을 내렸다. 스스로 무덤 판 윤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논의 탄력받을 수도 윤 대통령은 “구국의 심정으
11.2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큰 정치적 고비를 넘겼다.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지 열흘 만의 반전이다. 이 사건 외에도 아직 대장동·백현동·성남FC 뇌물·배임 의혹 등의 재판이 기다리고 있지만 ‘유죄 가능성이 가장 높다’던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최대 위기에서 탈출했다는 평가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그간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선거법 1심 때와 달리 민주당이나 지지층에서는 환호일색이다. “정치판결” “사법살인”이라며 사법부를 성토하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사법정의가 실현됐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여권에서는 예상밖 결론이 나오자 아쉬움을 감추지 않는다. 사법부에 목을 매고 있는 2024년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이다. 향후 재판결과 따라 호남과 중도층 여론 출렁일 수도 선거법 판결과 엇갈린 위증교사 판결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재판 추이를 놓고 수읽기에 분주하다. 사법부는
1969년 크리스마스, 일본의 시계회사 세이코는 쿼츠 크리스탈을 사용해 정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인 손목시계를 발매한다. 당시 사용되던 기계식 시계 대비 10배 이상 정밀한 이 시계는 한달에 5초 이내의 오차로 기계식 시계시장에 ‘쿼츠위기(quartz crisis)’를 불러왔다. 유럽의 고급 기계식 시계는 고가의 장신구라고 개념을 바꾸면서 살아남았지만 이후 거의 모든 시계는 쿼츠시계가 된다. 쿼츠시계는 얇은 수정(quartz)조각에 전기장을 가하면 강유전체 특성을 지닌 이 물질에 기계적 변형이 일어나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수정조각의 고유 진동수에 해당하는 전기장을 가해주면 기계적 진동과 공명현상으로 특정 진동수를 매우 정확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8.192kHz에 공명하는 것을 사용했고 요즘은 32.768kHz에 공명하는 RTC(real-time clock)를 거의 모든 시계에 사용한다. 사실 무엇이든 안정된 주파수 진동을 발생할 수 있으면 시계가 될 수 있다. 네비
11.08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반환점을 채 돌기도 전에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야당으로부터 노골적으로 ‘임기단축’ ‘탄핵’을 요구받은 대통령은 여태껏 없었다. 영부인이 공공연하게 “철없는 우리 오빠” “당신이 대통령 자격이 있는 거냐”며 대통령을 만천하에 웃음거리로 만든 정권도, “나를 감옥으로 보내면 한달 안에 정권이 무너진다”는 정치브로커의 노골적인 협박과 조롱에도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우물쩍거린 대통령실도 없었다. 여당 대표가 임기 절반을 남긴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와 쇄신을 요구한 정권도 물론 없었다. 게다가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데도 아무 문제의식이 없는 대통령도, 기자회견이랍시고 할 때마다 국민 부아를 돋우는 대통령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지금 위기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쌓아올린 업보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어찌 됐든 사과한다”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기자회견 내내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내가 뭘 잘못했느냐’
10.04
지금 세계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카오스 그 자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이 다 돼가도록 비상구조차 보이지 않고, 이란을 전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이스라엘의 도발로 중동에서도 전쟁의 암운은 더 짙어졌다. 세계정세를 뒤흔들 미 대선의 향배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세계경제에도 침체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 연준은 ‘빅컷’, 중국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로 선제대응에 나섰다. 국내정세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각종 경제지표는 하강을 가리키고, 미중갈등 속에 한국 산업은 고사위기다. 의정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지금 우리 국정리더십은 거의 실종상태다. 특히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관계는 점입가경이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 문제까지 끼어들면서 상황은 아수라판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한동훈 갈등에 김건희 여사 문제까지 등장 최근 윤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오기정치’ ‘사감(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