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압박 주장'의 진실│②
사립대학원 등록금 천만원 넘었다
학부등록금 동결 부담 대학원생에 전가 … 교육당국 사실상 '방관'
사립대학교 대학원이 '평균 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접어들었다. 대학들이 인상이 어려워진 학부 대신 상대적으로 보는 눈이 적은 대학원 등록금만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대학알리미 등에 따르면 사립대학원과 학부 간 등록금 격차가 해마다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학 일반대학원 연간 평균 등록금은 2012년 1032만원에서 2014년 1050만원으로 18만원 인상됐다. 지난해 4년제 사립대학 학부 1인당 평균 등록금은 733만2000원으로 대학원에 비해 316만원이나 적었다.
이런 차이는 사립대학들이 대학원 등록금은 올리고 학부 등록금은 인하하거나 동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학 78%(122교)는 2012년 이후 학부 등록금을 인하했다. 이에 반해 대학원의 경우 54%(72교)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사립대학들이 학부 등록금을 내리거나 동결하면서 감시가 소홀한 대학원생에게 부담을 떠넘긴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올해 대학이 올릴 수 있는 학부 등록금 법정 한도를 지난해(3.8%)보다 1.4%p 하락한 2.4% 이하로 정했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인상을 결정할 대학이 거의 없다. 사실상 교육부가 학부 등록금의 동결 또는 인하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우여 사회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올해 인상할 수 있는 등록금의 법정한도는 2.4%지만 학생 입장이나 교육부 입장은 반값등록금 첫 해인만큼 조금 더 각고의 노력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황 사회부총리는 14일에는 등록금 인상 논란을 일으킨 이화여대를 직접 방문해 동결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원 등록금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참 다 못한 대학원생들이 결국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소속 고려대·동국대·서강대·건국대·홍익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과 입학금, 수료연구등록금 등이 꾸준히 올라 대학원생들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박원익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며 "산학협력, 연구중심대학 육성 등을 강조하지만 당장 연구와 교육의 중심인 대학원에서 학생들이 죽어나가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생들은 등록금심위위원회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대희 건국대 일반대학원 부총학생회장은 "건국대 대학원생 대표는 등심위에도 참여하지 못해 법학·의학전문대학원 등록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는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며 "등심위 제도 개선을 통해 대학원생들의 허탈감을 줄이고 많은 소통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원 등록금 인상은 상대적으로 재정여건이 좋고 이미 등록금이 고액인 서울·수도권 소재 학교들이 주도하고 있다. 1인당 평균 등록금(일반대학원)이 높은 대학은 연세대(1245만원), 가톨릭대(1225만원), 성균관대(1205만원), 고려대(본교·1204만원), 이화여대(1178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를 계열별로 살펴보면 인문사회계열은 이화여대, 성균관대, 고려대(분교), 고려대(본교), 안양대 등이다. 자연과학계열은 고려대(분교), 가톨릭대, 성균관대, 고려대(본교), 이화여대 순이었다. 공학계열은 고려대(본교), 연세대, 고려대(분교),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이었다. 예체능계열은 이화여대, 연세대, 경희대, 동국대(분교), 고려대 등의 순이었다. 의학계열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가톨릭대 순이다. 특히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대학원 중 서울 소재 대학의 지방 분교를 제외하면 모든 계열을 통틀어 수도권에 위치하지 않은 대학은 상지대와 한림대 뿐이다.
유 의원은 "학부와 대학원 간 등록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대학이 학부와 대학원에 시설의 구분을 두지 않고, 학부 교수가 대학원 교수를 겸임하는 현실에서 이 같은 격차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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