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압박 주장'의 진실│②

서울대 대학원생 35.5% "돈 문제로 학업중단 고민"

2015-01-20 13:16:57 게재

사립대는 상황 더 심각 … 국가장학금 사각지대

대학원생 중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 중단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국가장학금 수혜대상에서 이들을 제외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비 경감' 촉구하는 대학원생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소속 한 대학원생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학원 등록금 인상 전가 중단 및 교육비 경감 촉구' 기자회견장에서 '취업 후 학자금상환대출제도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대 대학신문은 학교 인권센터와 대학원생 14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36.6%는 '의식주와 학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적 문제로 학업 중단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35.5%에 달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원생이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통로는 장학금, 조교 수당, 연구 인건비 등이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턱없이 부족하고 금액도 적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조교 신분인 대학원생 264명 중 3분의 2는 월 2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의 3분의 1은 수당으로 월 3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학금 혜택 역시 대학원생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장학금을 받은 556명 중 28.6%는 '장학 혜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혜 대상이 제한적인데다 장학금 액수도 적어 등록금과 생활비를 해결하는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교내 대학원 장학금인 '강의·연구지원 장학금(GSI)'은 등록금 전액과 매달 90만원을 지원하지만 대상이 지도 교수 당 학생 1명뿐이다. 매달 150만원을 지원하는 '기초학문 후속세대 장학금'은 대상이 200명 미만에 불과하다. 전체 대학원 재학생 1만1000여명 중 1.8%만 제대로 된 혜택을 보는 셈이다.

김종서 서울대 대학원장은 "학부생의 76% 가량이 장학금을 받는 데 비해 대학원의 경우 수혜율이 60% 정도"라며 "대학원 장학금이 풍족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학부를 중시하는 인식 탓에 장학금이 학부 교육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장학 재원의 많은 부분을 외부 기부가 차지하는데 이 같은 기부 장학금도 학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가 차원의 교외 장학금은 오히려 축소되는 추세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에서 제공하는 대학원생을 위한 국가장학금 역시 인문·사회계를 위한 국가연구장학금 뿐이다. 2010년 장학사업의 일부 통합·개편으로 이공계 국가연구장학금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원생은 학부생보다 상대적으로 등록금 부담이 큰데도 '든든학자금 대출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든든학자금 대출제도는 대출 완료 기한 없이 취업 후 상환할 수 있는 제도다.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 대학원생의 연구시간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액수가 충분치 않아 생계나 학비 마련을 위해 학내외 아르바이트에 연구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외나 아르바이트 등 학외 근무를 했던 대학원생 978명 중 55.7%는 '학업에 방해를 받는다'고 답했다. 학내에서 이뤄지는 시간강사 업무(40.5%·703명 중 285명)나 수업 조교(TA)·연구 조교(RA) 업무(38.3%·1135명 중 435명)도 마찬가지로 학업에 방해가 됐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서울대 공대 석사과정의 A씨는 "연구실 월급을 통해 빠듯하게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다"며 "연구 인건비를 받기 위해서는 외부 프로젝트 2~3개씩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연구를 위해 진득하게 공부할 시간이 많이 뺏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문 발전을 위해 대학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종 정부 지원사업을 집중적으로 받는 서울대 대학원생의 상황이 이 정도라면 다른 대학원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 ㄹ 것이란 지적이다. 이들은 특히 국가장학금제도를 대학원에도 적용하는 등 장학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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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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