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압박 주장'의 진실 ④
"국·공립대 예산 부족분, 기성회비로 채워"
공무원 인건비 등에 50% 지출 … 규정과 다른 사용 시정요구 묵살
국고지원 부족이 주요원인 … 2013년에도 6224억 기성회계서 지출
국가가 지원해야 할 국·공립대 시간강사료, 교직원 인건비, 공공요금 등이 학생·학부모가 부담하는 기성회비로 충당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지출이 전체 기성회비 수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공립대학 38개교의 기성회회계와 일반회계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국·공립대학들은 2010년부터 4년간 시간강사료, 공공요금, 일반직 교직원 인건비성 경비, 자산적 지출 등에 기성회비 2조5213억원을 지급했다. 2013년의 경우 대학들은 시간강사 인건비로 504억원, 공공요금으로 553억원, 일반직 교직원 인건비성 경비로 3119억원, 자산적 지출에 2048억원 등 총 6224억원을 기성회비로 지출됐다.
기성회비는 '면학분위기 조성'과 '교육여건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1963년 옛 문교부 훈령으로 만들어졌다. 회계관리 규정에는 사용처를 기성회 운영비와 시설·설비비, 교직원 연구비, 실험·실습비, 학교운영 지원경비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성회비 중 절반은 공무원 인건비, 시간강사료, 공공요금 등 당초 목적과 다른 곳에 쓰이고 있다. 입학금과 수업료, 기성회비로 이뤄진 국·공립대 수입 중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현재 87.2%에 달한다.
목적과 다른 지출을 내역별로 살펴보면 국·공립대학들은 2010년부터 4년간 시간강사료 1634억원(30%)을 기성회비로 지급했다. 시간강사 인건비는 교원인건비에 해당하므로 일반회계에서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시간강사 인건비의 70%만을 지원했다. 특히 2010년 1024억원 규모였던 시간강사 인건비는 2013년 1562억원으로 증가, 기성회비 지출이 205억원에서 504억원으로 2.5배가량 늘었다. 정부예산만으로 부족하기는 전기·가스료, 상·하수도료, 전신·전화요금 등 공공요금도 마찬가지다. 국·공립대학들은 4년간 공공요금에 기성회비 1601억원을 사용했다. 문제는 2011년 242억원이었던 기성회비로 지출한 공공요금이 2013년에는 553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란 점이다. 공공요금은 꾸준히 인상되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일반회계는 감소하거나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직 교직원 인건비에 기성회비를 사용하는 것은 국회, 감사원, 교육부 감사 때마다 지적되는 단골 메뉴다. 전임교원, 조교, 사무직·기능직 등 국가공무원 신분인 일반직 교직원의 인건비는 정부가 부담한다. 반면 학교 자체서 고용한 기성회직원은 기성회회계에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국·공립대학들은 일반직 교직원의 급여가 사립대 등과 비교해 낮다며 관행적으로 기성회회계에서 '연구보조비' 명목 등으로 인건비성 경비를 지급했다. 4년간 일반직교직원에게 인건비성 경비로 지급된 기성회비는 1조2653억원에 달했다. 이는 기성회회계 지출 총액의 1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반회계에서 지급한 인건비 5조5898억원의 22.6%에 달한다.
심지어 국·공립대학들은 국가 자산으로 귀속되는 자산적 경비로도 기성회비를 사용하고 있다. 4년 동안 국·공립대학들은 시설비 4682억원, 자산취득비 4168억원, 토지매입비 476억원 등 기성회비 9325억여원을 자산적 경비에 지출했다. 기성회비 구입한 시설과 물품은 '국립대학 비국고회계 관리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된다.
기성회비를 목적외 경비로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그간 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교육당국은 이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2012년부터 국·공립대학 학생들이 기성회비 반환소송에 나섰고 원고 승소 판결이 잇따라 올해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정진후 의원은 "정부가 국·공립대 설립·운영자로서 운영경비를 전액 부담해야 함에도 불법으로 기성회비를 징수해 부담시켜왔다"며 "기성회비는 법원에서 부당징수로 판결받았으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의 수업료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정부는 기성회비를 폐지하고 부족분을 국고 지원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부담도 절반으로 줄어 당장 '국립대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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