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이어 청주서도 백로떼와 전쟁

2015-08-12 10:14:32 게재

소음·악취에 일부 학생들 급식거부

환경단체 "무차별 벌목 폭탄돌리기"

충청권 대도시가 백로떼와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대전시에 이어 올해는 충북 청주시까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충북 청주 남중학교는 최근 교육환경개선 등을 위해 여름방학 개학일을 18일에서 24일로 늦췄다. 남중학교 학부모들은 그동안 "학교 뒷산(잠두봉)에 서식하는 백로떼로 학습권과 위생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청주시 등에 백로떼를 일정거리 이격시켜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학교급식 거부는 물론 등교거부까지 경고하고 있다.

청주 남중학교는 도심지 한가운데 위치해있지만 뒷산이 있고 주변에 무심천이 흐른다. 현재 남중학교 뒷산에서 서식하는 백로떼는 대략 1500∼2000여마리. 2012년부터 하나둘 백로가 모여들더니 올해 들어선 2000여마리 가까이 개체수가 폭증했다.

지난해 백로떼와 한바탕 전쟁을 겪은 대전시 역시 올해 또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 서구 남선공원에 서식하던 백로떼 1000여마리를 쫓아내기 위해 일대 나무를 모두 잘라냈다. 하지만 올해 다시 나타난 백로떼는 인근 서구 내동중학교 주변으로 이동했다. 현재 개체수는 300∼400여마리. 벌써부터 악취와 소음에 시달린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민원의 양상은 비슷하다. 주민들은 초기엔 백로떼에 신기해했다. 일부 학교에선 생태교육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백로떼 배설물과 사체가 썩고 수천마리가 일제히 울면 두 손을 들게 된다.

대전시와 청주시 등 대도시에 백로떼가 나타난 원인은 무엇보다 갑천과 무심천 등 도심 내 하천 생태계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물고기 등 먹거리가 풍성해지고 주변에 숲이 울창해지면서 최적의 서식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백로는 뱀 등 천적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산 속보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로와 사람이 공존하는 해법은 쉽지 않다. 대전시와 청주시 모두 9월이면 백로떼가 이동하는 만큼 그 이후 벌목 등 방법을 찾아보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전시 사례처럼 벌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전 백로떼는 처음엔 카이스트 숲에 나타났다가 벌목으로 숲이 사라지자 궁동으로 이동했고 다시 남선공원으로, 이번엔 내동중학교로 이동했다. 올해 청주시에 나타난 백로떼 일부는 대전에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은 "벌목으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게 밝혀졌다"며 "일종의 폭탄돌리기로 계속 벌목만 한다면 결국 도심지 숲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청주도 대전과 마찬가지로 남중학교 뒷산을 벌목하면 이번엔 주거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차라리 모두 쫓아내는 방식보다는 주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개체수를 지역별로 나눠 관리하는 방식이 낫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 백로떼 관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시간이 갈수록 백로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지난해 말 대전발전연구원에 이와 관련한 용역을 맡긴 상태다. 하지만 그나마도 내년 말에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장기간 백로떼의 이동경로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당장은 가지치기나 벌목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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