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입 의혹’ 윤 대통령 수사 불가피

2024-11-01 13:00:03 게재

“김영선 해줘라” … 선거법 위반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간접증거로도 유죄

당선인 시점 변수 … “수사로 규명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에 관여한 정황을 보여주는 육성 녹취가 공개되면서 검찰 수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 범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지만 수사는 가능한 만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이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개입하는 육성 녹음이 공개된 이후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수사를 본격화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명태균씨와 통화 녹음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라고 말했다.

그동안 명씨가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 등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에 관여했다는 내용이 공개되기는 했지만 윤 대통령 본인의 육성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형이나 6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공천을 위해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영향을 끼쳤다는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이 확정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대통령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이나 대구 등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되도록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 등은 없었지만 법원은 대통령 보고용 자료나 ‘공천 무렵 대통령과 정무수석의 통화가 잦아졌다’는 진술 등 간접 증거만으로도 박 전 대통령을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으로서 헌법적 책무를 저버렸다”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 자율성을 무력화시킨 행위란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민주주의를 훼손한 중대 범죄로 본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이번에 공개된 녹취는 윤 대통령 본인의 육성이 담겼다는 점에서 보다 직접적이다.

다만 시점이 변수다. 윤 대통령이 명씨와 이 통화를 나눈 건 2022년 5월 9일로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공직선거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공무원에 해당되는 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국민의힘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 당선인 신분에서 한 대화”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이 대통령 취임날인 10일 공천발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대통령 임기 중 일어난 일”로 판단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결국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이 실제 이뤄졌는지, 이뤄졌다면 대통령 취임 이후로도 지속됐는지는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행위만 보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재보궐선거에 관여했을 정황이 있는 만큼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통화 녹취 공개 직후 창원지검은 명씨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9월 30일 명씨 자택을 압수수색 한 지 약 한달만이다. 당시 검찰은 명씨로부터 교체한지 얼마 되지 않은 ‘깡통폰’을 제출받았다가 압수수색 당일 돌려줘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선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수사하고 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고발장을 접수하고 사건을 배당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윤 대통령 녹취 공개와 관련해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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