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패권적 지위 절대 불가역”

2024-11-01 13:00:09 게재

최신형 ICBM ‘화성포-19형’ 성공 과시 … 한미일, 외교장관 성명 통해 강력 비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아래 지난달 31일 아침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이날 시험발사에 딸 주애도 참관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러시아 파병에 이어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시험발사하며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기술이나 식량, 에너지 등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실질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에 대한 불만표시 등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ICBM 발사 후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이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미사일총국이 지난달 31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1일 전했다. 김 위원장이 현장에서 시험발사를 승인하자 미사일총국장인 장창하 대장이 제2붉은기중대에 발사명령을 하달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성포-19형’은 최대정점고도 7687.5㎞로 상승해 1001.2㎞ 거리를 5156초(85.9분)간 비행한 후 동해 공해상 예정목표 수역에 탄착했다.

통신은 “최신형 전략무기 체계시험에서는 전략미사일 능력의 최신 기록을 갱신하였으며 세계최강의 위력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억제력의 현대성과 신뢰성을 남김없이 과시하였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발사 현장에서 “신형 ICBM 발사에서 확실한 성공을 이룩함으로써 동종의 핵투발수단 개발에서 우리가 확보한 패권적 지위가 절대 불가역이라는 것을 세계 앞에 보여주게 되었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통신은 화성포-19형이 “화성포-18형과 함께 운용하게 될 최종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화국을 방어하고 침략행위들을 철저히 억제하며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는 데서 제1의 핵심주력수단으로서의 사명과 임무를 맡아 수행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며 또한 우리 국가의 전략공격 무력을 부단히 고도화해나가는 로정에서 필수적 공정”이라며 “핵무력 강화노선을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북한은 화성포-19형을 11축 이동식발사대(TEL)를 이용해 발사했으며, 화염의 색과 형태를 볼 때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31일 오전 7시 10분께 평양 일대에서 ICBM을 고각 발사했으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ICBM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국, 미국, 일본 외무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와 그 너머의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북한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기 위해 통화했다. 북한의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면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발사가 북한 헌법상 한국이 적대국이라고 규정했다고 발표한 이후에 이뤄진 점을 주목한다”면서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북한이 즉시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3국 외교장관은 “한미일은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긴밀히 나아갈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로 북한이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이 되는 불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미일은 지속적인 불법 무기 이전, 북한군의 파병을 포함해 북러간 군사협력 심화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2)를 마친 양측 외교안보 수장들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북한의 대러시아 파병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북한군에 포병, 무인기, 참호 공략을 포함한 기본 보병 작전 훈련을 시켰다. 또 북한군에 러시아 군복과 장비를 제공했다”면서 “이 모든 것은 최전선 작전에 북한군을 투입할 의도가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왜 이렇게 북한 병력에 의지하는지는 절박하다는 것”이라며 “푸틴은 점점 더 많은 러시아인을 우크라이나에서 자신이 만든 ‘고기 분쇄기’(meat grinder)에 던져 넣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아울러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되고 참전까지 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데 이는 러시아가 10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 병사를 자국으로 파병시킨 예”라고 덧붙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한 전투에 참여해도 쿠르스크를 지킬 수 있다. (북한군) 1만명이 러시아의 손실을 대체하는 게 될 텐데 1만명 정도의 병력은 러시아군 사상자 수에 비하면 큰 게 아니다”면서 “분명히 말하지만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 또는 전투지원 작전에 참여하면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의 파병에 대해 “파병 이후 러·북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대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전쟁에 파견된 북한 병력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수준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러시아가 어떤 반대급부(파병에 대한 대가)를 주는지 들여다보고 우리가 취할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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