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에 부딪힌 서비스경제 발전전략│①원격의료

의사 1인 동네의원은 감당 못해

2016-08-11 11:01:39 게재

정부안 "동네의원 위주로 진행하겠다" … 야당·의료계 반대로 법개정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어르신, 장애인 등 필요한 분들이 원격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며 국회에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앞서 4일에도 충남 서산의 한 요양원을 방문해 모두 발언의 절반을 원격의료에 할애하며 국회를 비판했다. 의사와 환자간 원력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와 함께 폐기됐다가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돼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연이은 시위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가 제도화는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인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데다 의료계도 탐탁치 않아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정부안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7월 4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심곡2동 행정복지센터 내 100세 건강실에서 시민이 원격의료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쟁력 약한 동네의원은 결국 배제 될 것 =보건복지부가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한 의료법개정안에 명시된 원격의료는 동네의원이 주로 담당하게 돼 있다.

병의원이 없는 도서 벽지 주민, 거동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및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는 동네의원에서만 진행하고, 군 교도소의 특수지 환자, 수술 퇴원 후 관리 필요한 재택환자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동네의원이 원격의료를 진행하기에는 의사인력 구조상 어려움이 있다. 동네의원은 의사 1~2명이 일반외래 환자를 진료하는 구조로, 현재처럼 일을 하면서 원격의료장비를 통해 들어오는 진료까지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현재의 진료환경을 고려해 원격진료 횟수를 줄인다면 이 제도를 도입한 의미가 없어진다. 그나마 동네의원이 원격의료전문의료기관을 표방해야 원격의료가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법적으로 동네의원만 원격의료를 하도록 제한하지 이상 경쟁력이 약한 동네의원보다 의사인력의 여유가 있는 중대형병원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동네의원 위주로 운영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동네의원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재추진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는 여전하다.

의협은 "정부는 최근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원격의료 도입 정당성을 피력하고 있는데, 지금은 의사와 의사간의 원격의료를 활성화하는 게 맞지,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의료는 불가하다"며 "(의료 효율성보다) 기재부나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진행되는 게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19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된 원격의료법을 정부가 재추진하는 것은 민의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원격의료의 도입은 국민의 건강과 국가 의료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산업계의 요구와 경제적 효용성만을 고려하여 추진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도 정부의 의사 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방문간호 왕진의사 활성화가 더 효과적 = 의료계나 정치권 환경이 녹록치 않음에도 복지부는 원격의료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복지부 논리는 △원격의료를 통해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보다 강화해 건강수준을 제고할 수 있고 △중소 의료기기 업체 등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 복지부는 지난 4일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8월부터 △전국의 요양시설(예 : 70인 이상 시설)을 대상으로 촉탁의와 요양시설 간호사 간 시범사업을 시행 △신안 진도 보령 등의 도서지역 11개소 주민 253명에게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 △군 원격의료를 63개 격오지 부대로 확대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 군부대는 응급의료시스템을 강화하고, 격오지 주민이나 노인, 장애인은 (사회복지사 지원활동과 더불어) 방문간호사, 왕진의사가 방문 진료를 하는 것이 훨씬 의료적으로 효과적인데 오히려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가 아무런 근거없이 원격의료가 좋은 제도라고 전제하고서 어거지식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시범평가에는 환자의 편의성 만족도 등을 많이 거론했지만, 정작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 진료하는 것에 비해 원격진료가 비용지출대비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경제성효과 연구가 없다"며 "야당이 제기해 온 원격진료의료기관 네트워크화와 전문병원 환자쏠림현상 등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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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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