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에 부딪힌 서비스경제 발전전략│②진입·행위규제 개선

공공성 침해 우려, 논란 불가피

2016-08-12 10:50:25 게재

제주국제학교 과실송금 허용 추진에 교육계 '돈벌이 수단 전락' 반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는 의료와 콘텐츠 등 7대 유망서비스업 육성 방안 외에 제조업과의 융합발전, 인프라 혁신 등 큰 틀에서 서비스산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세제·금융지원을 제조업 수준으로 강화하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진입·행위규제 개선 등을 통해 서비스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보면 효과가 의심스럽거나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워 보이는 과제들이 적지 않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연간 400억원 지원, 고용확대 유인효과 있을까 = 기획재정부는 지난달말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고용·투자 세제지원 대상을 일일이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대상을 지원하고 제외대상만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제조업에 비해 차별받는 서비스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서비스 전략의 내용을 반영한 것. 현재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원 대상에 제조업은 단일 항목으로 포함돼 있으나 서비스업은 지원업종을 일일이 열거해 경영컨설팅, 건축설계업 등 다수 업종이 빠져 있다. 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유흥주점업 등 일부 소비성 업종만 제외하고 모든 서비스업종을 비과세·감면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네거티브 방식 전환대상 비과세·감면 항목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중소기업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중소기업 등 투자세액공제 △맞춤형 고교졸업자 병역이행 후 복직 세액공제 △중소기업 경력단절여성 재고용 세액공제 등이다.

이들 조세지원제도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면 전체 서비스업종 582개 중 세제지원을 받는 업종은 62%(362개)에서 99% 수준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정부가 추산한 세제 지원 효과는 연간 4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연간 전체 조세지출 규모가 35조원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금액이다. 추정이 어려운 투자 관련 세수 효과는 제외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서비스업 고용 확대를 유인하기에도 충분한 금액으로 보기는 어렵다.

편의점 의약품 판매 확대에 의료계 반발 = 정부는 또 서비스경제 인프라 혁신 차원에서 진입·행위규제를 개선하기로 하고 우선 경제단체와 기업들의 의견수렴 등을 통해 발굴한 46건의 규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가 손보기로 한 규제 중 상당수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거나 공공성 침해가 우려되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당장 국토교통부가 제주국제학교의 이익잉여금 해외송금(과실송금)을 허용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제주교육청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간투자 확대를 위해선 과실송금 허용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지만 교육계에서는 교육투자보다는 이윤추구가 앞서게 되고 결국 교육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국 유학 수요를 국내로 흡수해 국부유출을 방지한다는 당초 제주 영어교육도시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게 교육청의 주장이다. 제주국제학교 과실송금 허용방안은 19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으나 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은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판매 확대 방침만 밝히고 구체적인 품목 등은 연구용역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 중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한약사회 등은 "무분별한 품목 확대만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지분규제 완화방침에 대해선 대기업의 금융산업 지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개인정보 관련 규제 완화방안에는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피해 우려가 높다.

"열악한 서비스 종사자 처우 개선 병행" = 서비스 발전전략에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에 관광·콘텐츠·금융 등 서비스 분야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서비스 직업훈련을 확대하는 등 고급 서비스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제조업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임금 수준은 낮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상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대다수가 미숙련, 비정규직, 저임금을 특징으로 하는 개인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며 "의료와 금융 등 유망서비스업을 키워 서비스업 일자리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업 종사자의 낮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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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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