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홈쇼핑, TV홈쇼핑 2중대 벗어나야
최근 가파른 성장세
차별화는 아직 부족
2005년 3월 방송위원회는 '상품판매형 데이터방송 채널사용사업자'로 씨제이홈쇼핑을 비롯한 10개사를 선정했다. 데이터홈쇼핑의 시작이다. 5개는 기존 TV홈쇼핑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받았고, 5개는 KT하이텔, 하나로텔레콤 등 새로운 사업자들이 받았다.
데이터홈쇼핑은 디지털TV 시청자가 리모컨으로 화면 속 상품을 골라 구매하고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티브이(TV)홈쇼핑과 달리 원하는 상품을 소비자 스스로 검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TV홈쇼핑이 아날로그방송이나 디지털방송 구분 없이 가능한 반면 데이터홈쇼핑은 양방향서비스가 가능한 디지털방송에서만 가능하다.
기존 TV홈쇼핑이 6번, 8번 10번 등 지상파채널 사이에 있는 반면 데이터홈쇼핑은 20번대 이후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사업자 허가 10년 만에 활기 = 디지털방송 개막과 함께 활짝 만개할 것으로 예상됐던 데이터홈쇼핑은 10여년 동안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자들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 부족,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지체 등이 원인이다. 5개 기존 홈쇼핑 업체들은 기존 TV홈쇼핑을 통한 수익극대화에 집착했고, 나머지 업체들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2012년부터 조금씩 변했다. 지상파 디지털전환, 스마트셋톱박스 확산 등에 따라 사업기반이 확대된 것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것은 KT 자회사인 KTH다. 그 배경에는 올레TV 가입자 확대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 편입으로 인해 KT의 유료방송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있다. KT의 유료방송 사업 확대가 KTH의 디지털홈쇼핑 사업 확대에 큰 버팀목이 된 것이다.
KTH는 2012년 8월 데이터홈쇼핑 전용 실시간 채널을 스카이라이프 방송에서 시작했다. 이후 2013년 태광그룹 계열 아이디지털홈쇼핑이 쇼핑엔T를 시작했고, 2015년 나머지 사업자들이 유료방송플랫폼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KTH를 비롯한 TV홈쇼핑을 하지 않는 5개 사업자들은 지난해 한국T커머스협회를 만들어 산업활성화를 위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2013년 23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데이터홈쇼핑 매출은 올해 7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내년에는 1조2000억원 정도의 매출이 예상된다.
◆채널만 다를 뿐 차이가 없다 = 이렇듯 데이터홈쇼핑의 규모는 시장환경 변화에 함께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문제는 기존 TV홈쇼핑과의 차별성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채널 번호만 다를 뿐 기존 TV홈쇼핑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기존 홈쇼핑과 구별하기 위해 전체화면의 2분의1 이상을 데이터(문자·숫자·도형·도표·이미지 등)로 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운영이나 서비스 등에서 데이터홈쇼핑과 TV홈쇼핑의 차이는 없다"며 "데이터홈쇼핑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양방향서비스 구현이라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미래부는 데이터홈쇼핑 10개사에 재승인을 내주면서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양방향서비스 구현을 조건으로 제시한바 있다.
유통업계 일부에선 사업자 진입제한을 낮춰 데이터홈쇼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 = 이런 가운데 일부 데이터홈쇼핑 사업자들이 ICT 기술을 활용한 차별화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KTH가 운영하는 K쇼핑은 올레tv 시청자를 대상으로 각 가구별 최적화된 상품 영상을 보여주는 '고객 맞춤 T커머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올레tv 가입가구의 콘텐츠 이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가구 구성원을 추론해 '일반 시청자 가구'와 '영유아 자녀 보유 가구', '50대 이상 가구'와 같이 나누어 가구별로 상이한 상품 영상을 송출하는 방식이다. 영유아자녀 가구에는 유아용품, 주방용품 등 타겟 상품을 편성함으로써 보다 맞춤화된 TV쇼핑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관련기사]
▶ [TV홈쇼핑 빛과 그림자 1│ 홈쇼핑 어디까지 왔나] 납품업체 쥐어짜 폭풍성장 … 중기 판로지원 외면
▶ '갑질'에 반발, 중기전용 홈쇼핑도 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