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에 반발, 중기전용 홈쇼핑도 출범

2016-12-19 10:38:31 게재

강화된 기준 적용

공익성·수익성 갈등

# 2012년 1월 7일 '홈앤쇼핑'이 TV판매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를 위해 2011년 6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으로 승인한지 7개월 만이다.

이효림 홈앤쇼핑 대표는 "합리적인 판매 수수료율 책정, 직매입 제도의 활성화, 동종업계 최저마진을 통한 중소기업 제품의 육성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앤쇼핑의 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도 "홈앤쇼핑은 비영리 특별법인 중소기업중앙회가 33% 지분을 갖고 있어 공익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수수료가 낮아 질 것"이라고 밝혔다.

# 2015년 7월 14일 공영TV홈쇼핑 '아임쇼핑(IM Shopping)'이 전파를 탔다. 2014년 8월 제6차 무역투자회의에서 중기제품과 농수산물 전용 공영TV홈쇼핑 채널의 신설을 발표한지 11개월만이다.

공영TV홈쇼핑은 "창의혁신제품과 우리농수산물의 판로확대에 기여할 뿐 만 아니라, 기존 유통채널과의 차별화를 통해 기존 유통채널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업계 최저인 판매수수료 23%를 적용하고, 윤리경영 등을 통해 홈쇼핑시장의 공정거래 문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명분으로 정치권 설득 = 홈앤쇼핑'과 '공영TV홈쇼핑'은 출발점이 같다. 이들 두 홈쇼핑은 중소기업제품 판로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익' 성격의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이라는 점이다.

TV홈쇼핑 출범 이후 중소기업계는 높은 수수료와 재고 부담 등 기존 홈쇼핑의 '갑질'에 반발하며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설립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기존 홈쇼핑들은 이미 검증된 유명 브랜드 제품 비중을 늘리고, 중소기업제품 판매 비중은 줄여 수익을 챙겼다.

정부는 2011년 홈앤쇼핑 설립을 승인했다. 이는 중소기업계의 명분이 정치권을 움직인 결과였다. 대통령의 결심이 없었으면 홈쇼핑 허가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당시 승인을 맡은 방송위원회와 홈쇼핑업계는 홈쇼핑채널 신설에 적극 반대했다. 이미 대형 홈쇼핑 채널이 5개나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널 신설은 홈쇼핑의 과당경쟁을 부추겨 경영악화를 불러온다는 논리였다. 중소기업제품만으로는 판매고를 올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2014년 공영홈쇼핑 승인 때도 기존 홈쇼핑업계는 똑같은 논리로 반대했다. 과당경쟁에 따른 경영악화 주장에 방송판매를 시작한 홈앤쇼핑이 제역할을 하면 충분하다는 게 추가됐을 뿐이다.

적정한 수익 규모는 얼마 = 기존 홈쇼핑의 '갑질'을 명분으로 출범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은 '공익성'(중소기업 판로 지원)과 '수익성'(수익 창출)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공익성'을 강제하기 위해 기존 홈쇼핑에는 없는 까다로운 승인 조건을 달았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제품 80% 이상 편성, 중소기업 제품 정액방송 금지 등을 만족해야 한다. 공영홈쇼핑의 경우 중소기업 상품과 농축수산물 100% 취급, 평균 판매수수료율 23% 등으로 홈앤쇼핑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공익성을 위한 이러한 조건은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경영에는 불리한 환경으로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기존 홈쇼핑의 주요 수입원인 정액제, 대기업 상품, 보험·렌탈 등의 방송판매가 막혀있다. 판매수수료도 기존 홈쇼핑보다 낮아야 한다. 따라서 수익 규모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홈앤쇼핑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홈앤쇼핑에 판매수수료(31.6%)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공영홈쇼핑 고민은 홈앤쇼핑과는 다르다. 공영홈쇼핑 판매수수료는 23%로 다른 홈쇼핑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문제는 승인받은 사업계획에는 2018년부터 판매수수료를 현재보다 3%포인트 낮춘 20%로 적용한다고 적시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중소기업청과 공영홈쇼핑은 판매수수료 인하 방침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판매수수료 20%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중소기업계 핵심 관계자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은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길을 잘 찾아야 성공한다"면서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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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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