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끌려나와 단 두마디 … 뻔뻔해"

2017-03-22 11:04:51 게재

박 전 대통령 6초짜리 입장발표에 시민들 허탈 … '구속수사 불가피' 여론 더 높아질 듯

불소추특권이 박탈된 후에야 검찰 조사에 응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초리는 싸늘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앞에서 말한 6초짜리 두 마디 입장문은 혹시나 했던 사람들에게도 허탈함만 줬다. 엄정수사와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소환된 지검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시위자가 '박근혜 구속'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그게 무슨 대국민 메시지냐. 수사기관 자극 않겠다는 얘기지" = 박 전 대통령의 두 문장 입장 발표에 시민들의 비판은 매서웠다.

직장인 손 모(36)씨는 "국민들에 대한 메시지라기보다 단지 수사를 앞둔 피고인의 느낌을 말한 것 같았다. 수사기관을 자극하지 않고 오늘 조사를 잘 넘기겠다는 태도로 보였다"고 답했고, 사서로 일하는 김 모(여·38)씨는 "억지로 끌려나와서 하는 말이 고작 두 마디라니 참 뻔뻔스럽다"고 일침을 놓았다.

박 전 대통령의 소통방식일 뿐이라는 냉소적 분석도 나왔다. 학원강사 김 모(44)씨는 "세월호 사고 등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오늘 조사 전 뱉은 짧은 두 문장이 자신이 생각하는 메시지일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국민들에겐 당혹감만을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발언의 진정성도 의심을 샀다. 주부 김 모(여·63)씨는 "진정성이 없다. 어쩔 수 없으니 짤막하게 한 것이고 진짜 송구스러워 보이진 않았다"며 "의례적인 얘기일 뿐, 진심이 아닌 것 같았다"고 인상을 전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이 모(여·36)씨도 "여전히 의뭉스럽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검찰 조사에서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애매한 표현으로 진실을 감출 것 같다"고 우려했다.

◆"피의자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 같아" 검찰 불신 = 검찰 수사가 과연 엄정하게 진행될지에 대한 걱정도 높았다. 직장인 이 모(여·33)씨는 "피의자가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같았다"며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보다 진실을 밝혀내는데 더 주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는 장 모(여·28)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아마도 모든 것을 다 몰랐다고 할 것 같다"며 "(그런데) 사실 몰랐다고 하는게 더 무서운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날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중앙지검에서 300여미터 떨어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을 보러 온 세월호 가족들은 박 대통령의 소환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뉴스 등을 검색하곤 했다.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반성할 거라고 기대도 안 했지만 딱 두 마디 하는 걸 보니 여전히 반성 안 하는 것 같더라"면서 "박 전 대통령의 조사는 당연한 것이고, 세월호 가족들이 진즉부터 주장해 왔듯 구속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구속수사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박근혜 본인이 아직 청와대에 있을 때 대국민담화를 통해 했던 말이다. 그 이후 박근혜는 검찰수사도, 특검조사도 거부했다"면서 "성실하게 조사에 응하겠다던 박근혜는 영상녹화를 거부했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와 삼성동 자택 압수수색에 나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증거인멸 우려가 심각한 범죄자 박근혜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구속수사와 압수수색"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면조사를 끝까지 거부하고 불법 행위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며 "초기부터 제기된 증거인멸의 우려, 사건의 엄중함과 중대성을 고려하면 지금이라도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여 수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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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신동화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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