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를 위한 로드맵│최종회-성공적 정상회담을 위한 전문가 제언

"한반도평화는 국민과 함께 … 대담한 제안·합의 필요"

2018-04-23 12:46:10 게재
2018 남북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2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전망대에서 북한 쪽을 바라보기 위해 망원경을 향하고 있는 어린이와 엄마이 모습. 파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비핵화 · 체제안전 시간표 관리해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과 맞물리면서 열리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전환적 사건이다.

앞선 두 차례 정상회담들이 미국과 한국의 정권교체로 인해 후속조치의 동력을 잃고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임기를 4년이나 남겨둔 만큼 합의이행을 위한 시간에 쫓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연쇄 정상회담이 가능했던 것은 북한의 국가핵무력 선언에 따른 'Power of Balance(균형을 맞추는 힘)'에 있다. 따라서 협상의 동력은 확보됐지만 그 만큼 북한의 비핵화를 얻어내기 위해 확실한 체제안전보장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의제가 분산되지 않도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상회담에서 의제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중요하다.

비핵화와 체제안전의 이행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간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에 비핵화 핵심조치의 이행을 완료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추가조치를 마무리하도록 시간표를 짜야 할 것이다.

이처럼 조기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남북미 3자 협의체를 운영해 이견을 사전 조율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이번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다음 세 가지 내용들이 꼭 들어갔으면 한다.

첫째,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8.15경축사와 12.14 한중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내용을 재확인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둘째, 통일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공동추진기구를 만든다는 약속이다.

6.15선언 2항에 따른 통일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추진할 상설기구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한다.

셋째, 정상간 전화통화와 회담의 수시개최를 약속하고 실무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각종 남북고위급회담의 조기개최를 약속하도록 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국제사회 이해관계 조정이 중요

2018년 남북정상회담은 우리에게 도전과 기회이다. 도전과 기회의 중심에 대통령이 서 있다. 산적한 국내 현안, 물론 중요하다. 당분간 총리·장관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오직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집중해야 할 때다.

대통령은 마법사가 되어야 하고, 때론 전사나 상인이 되어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셈법이 빠른 사업가 출신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일본총리는 한반도의 복잡한 환경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활용하는 잔뼈 굵은 정치인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복잡한 국제정치 현장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1990년 10월 동서독이 통일되었다. 분단 서독의 마지막 총리 헬무트 콜은 통독전 1년 동안 주변국의 수많은 정상들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과는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8번 만났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10번 만났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는 4번 만나 독일 통일을 승인 받았다. 통일을 가장 반대했던 대처 영국 수상에게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대신 설득을 해 주었다. 콜과 아버지 부시의 관계는 절친이었다.

한반도는 아직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다. 만나고 대화를 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정상간 핫라인이 설치되어 수시 정상회담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남북정상회담 후 워싱턴·베이징·도쿄·모스크바·유럽연합까지 강행군의 정상외교가 기다리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이해관계 조정이 중요하다. 정상외교가 이를 가능케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초석 마련은 대통령과 함께 우리가 해야 한다. 이제는 기존의 틀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할 때다.

국론통합이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보장한다. 국민 스스로 먼저 해야 할 일과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알아야 한다. 자유와 평화를 위한 자각과 연대, 인내와 희생이 요구된다. 모든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하고 힘을 보태야 한다.

우리의 자유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의지를 모아 응원하자.

[김준형 한동대 교수, 국제정치] 국제정치한반도에 평화의 울타리를

역사적 회담이 며칠 후면 열린다. 남북정상회담은 물론이고 북미정상회담까지 고조된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하며 하루하루 세고 있다.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사적 지각변동도 가능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인식은 바람직하다.

3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 번째는 남북정상회담이 결코 북미정상 회담에 종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한반도평화의 최대 걸림돌인 비핵화가 북미간 선결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남북회담이 북미회담의 예비적 성격이 있고, 따라서 비핵화에 대한 남북정상의 합의는 회담의 성패여부를 결정짓는 필수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북정상회담이 비핵화에 국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역할을 길잡이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중개가 아니며, 방향을 정하고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비핵화가 방향이라면, 울타리는 한반도의 평화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우리의 승인 없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불가하다고 했던 선언이 바로 그런 울타리인데, 미국은 자신의 전략옵션을 한국이 제한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우리로선 꼭 해야만 하는 길잡이 역할이다. 우리가 독립변수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대담한 제안과 합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담론경쟁을 해야 한다. 현재 담론에 대한 공개적 경쟁은 미국만 하고 있다. 북한은 대내 공개문제로 인해 소극적이고, 한국 역시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관련 부처나 청와대의 고위관리들은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과 트럼프를 향하여 우리가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한다. 트럼프의 리더십스타일은 우리가 조목조목 로드맵을 들이대 설득하기보다는 대타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세 번째는 국민들에게 성실하게 설명하고, 상대인 북한과도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 현재의 방식은 최고위층에서 이루어지는 톱다운 방식이다. 북핵문제의 성격상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위에서 멈추지 말고 아래로 가야하고, 상대도 포함시켜야 한다.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것이고, 평화는 함께 만들어가야 동력을 잃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는다.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국민통일협약이나 국민외교도 그렇게 해야 가능하다.

또한 남북기본협정은 남북이 같이 만들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기본협정 남북한 공동 TF를 구성에 합의하면 금상첨화겠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 김정은의 '북한 꿈' 을 도와주자

일본에서 '김정은의 야망'이라는 스페셜방송을 했다. 필자의 관점과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김정은을 치밀한 셈법을 하는 대담한 전략가, 현장방문이 많은 실무형 젊은 지도자, 김일성·김정일의 성과를 뛰어넘은 지도자로 해석했다. 김정은의 2만여개의 연설을 AI으로 분석해, 김정일의 발언과 비교했다. 공안조사청에서 30여년간 북한을 담당했던 사카이 다카시 등이 참여했다.

김정은은 (여성, 청년, 농업 등) 동맹 강화, 인민, 자강력, 일꾼 등 단어를 즐겨 쓰고 '인민의 조직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 붕괴된 조직을 다시금 통제사회로 재건했다. 능력없는 간부를 싫어하고, 간부들을 상호경쟁 시키며 인사이동이 많은 점은 트럼프와 비슷하다. 김정은의 숙청은 부패와 관련된 사례가 많다. 강력한 뇌물 단속으로 국가재정이 늘고 있다. 인민들은 간부들의 부패단속에 대해, 사회가 많이 좋아졌다는 긍정적 반응을 하고 있다.

방송영상의 최근 시장은 활력이 넘치고 있다. 지난달 김정은은 북경 방문 때 중관촌 과학기술단지와 국가과학원, 반부패기구를 찾았다. 국가지도자의 방문지는 그 나라의 정책목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다. 김정은이 바라는 '북한의 꿈'은 핵과 부패가 없는 부유한 사회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필자가 최근 북경에서 만난 중국 싱크탱크와 기자들은 필자와 비슷한 관점에서 북한경제와 김정은의 정책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4월 20일 로동당 정치국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를 결정하였다. 핵과 ICBM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남북미중의 공동의 위대한 승리이고,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주제는 핵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북한이 조선몽을 이루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 핵이 없는 경제발전이라는 조선몽을 이루게 도와야 하며, 핵을 포기한 대가로 김정은과 트럼프와 친구되었다는 점도 확실히 하며, 북한 인민들이 장기간 겪어온 피포위 의식을 해소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필자는 북경에서 아침에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접하며, 평양에서 북녘 일꾼들과 '대동강의 기적'이라는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열띤 토론을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고속철, 항만, 가스관 등 인프라와 단천의 마그네사이트와 같은 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국제협력에 대하여 지금부터 주변국과 상호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경제전쟁이 시작될 것 같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남북간 '신평화경제 구상' 만들자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및 남북관계 진전 과제는 매우 복잡하고 구체적인 내용 및 방식에서 남북간에 인식차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큰 틀에서 합의하고 순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북미회담까지 연결되고, 이어서 남북 정상이 정례적으로 회담을 개최하여 구체적으로 완성해 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며,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것을 결정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와는 다른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서 제시한 2020년 경제 강국 건설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자본 유치를 통해 경제도약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및 체제보장과 아울러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협력을 주요 과제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최우선 의제로 설정하여 합의를 이끌어 내되, 그 이후에 진행될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놓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구체적인 남북경협 합의는 어렵지만,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따른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신북방경제협력을 통해 남북이 함께 경제 도약 할 수 있는 방향 정도는 열어두고 논의하는 것이 좋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바로 경제 중심의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추진 할 필요가 있다. 끊어진 남북한 경제를 연결하여 하나의 경제권을 만들어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지평을 대륙으로 확장해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북한판 신경제지도(경제개발구)를 통합하고 신북방과 신남방을 연결하는 <한반도 중심의 新평화경제 구상>를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북한이 계획하고 있는 한반도 철도·도로 대륙연결, 에너지(태양광, 풍력, 가스)협력, 경제개발구 중심의 산업협력 벨트 조성, 지하자원 개발, 과학기술 상업화, 농수축산업 및 산림 협력, 국제평화 관광 등에서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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