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임피제 적용 대상자 늘어나

2018-05-02 10:54:02 게재

급여비율 개선 요구 커져

금투협 시니어 노조 출범

증권가는 최근 2, 3년 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이 본격화됐다. 정부의 임피제 도입 초기에는 증권 유관기관들만 시행에 참여하고 일반 증권사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증권업의 인력구조 특성상 50세를 넘는 직원이 적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통해 '60세 이상 정년'이 법제화되면서 제도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확산됐다. 또 정부가 2015년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시하며 공공기관을 필두로 한 제도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증권가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2016년 본격적으로 도입 시작 =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임금피크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곳은 13개사에 달한다. 증권유관기관은 2005년부터 도입을 시작, 5곳 모두 시행하고 있다.

일반 증권사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2011년 임금피크제를 제일 먼저 도입했다. 이후 2015년 미래에셋대우, 2016년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SK증권, 2017년 하나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등이 시행하고 있다. 키움증권과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안타 증권 등은 아직 임금피크제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유관기관은 2005년 금융투자협회를 시작으로 2006년 코스콤, 2007년 한국거래소, 2010년 한국예탁결제원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한국증권금융은 2016년 5월부터 시행했다.

증권사들의 임금피크제 도입 본격화는 2016년부터 60세 정년이 법적으로 보장받기 시작한 것과 연관이 깊다. 적용대상자들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2015년 도입 이후 적용대상자는 2명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해당자가 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KB증권은 대상자가 4월 기준 31명이며 올해 안에 17명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퇴사보다 정년까지 근무 선호 = 증권가는 업권 특성상 정년까지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지 않아 임금피크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일찌감치 임금피크제 도입한 증권 유관기관들 또한 실제 해당사항이 있는 직원이 적어 큰 고민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정년까지 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이 증가하고 희망퇴직 등의 대안에도 퇴사자들이 줄어들면서 임금피크제는 큰 쟁점이 되고 있다.

향후 1~2년 내에 임금피크제에 해당되는 직원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급여비율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영업을 주로 하는 증권사들의 경우 이직과 이른 퇴직이 많아 정년이 의미가 없었지만 이제는 퇴사 후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 빈곤한 노후생활 염려 때문에 관련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며 "막상 희망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자영업을 하면서 돈 다 까먹고 가계부채는 늘고 심한 경우 카드대출까지 눈을 돌리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유관기관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한 선배들이 일단 회사를 나오면 크게 후회하게 되니 정년까지 버티는게 장땡이다"라고 했다며 자신도 희망퇴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협회에는 시니어 직급으로 구성된 제2노조가 설립됐다. 새 노조는 주로 젊은 층으로 구성된 기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는 시니어 직원들이 주축이며 고용안정 및 정년관련 임금피크제 급여비율의 사회적 기준 합당성 및 개선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조만간 구체적인 제도개선안을 발표하며 협회 측과 협상할 계획이다. 여기에 과장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기존 노조측도 "임금피크제는 모든 노조원들 장래에 도래할 문제라는 판단에서 새 노조와 협업할 방침"이라며 "임단협 할때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삭감 및 근로의욕 상실 큰 문제 = 증권가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은 임금삭감 및 근로의욕 상실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현재 증권업계 임금피크제 급여지급률은 5년간 기존 연봉의 300%를 지급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매년 10%씩 감액하는 비율로 5년간 총 369%를 적용하며 DB금융투자는 첫해 80%로 시작, 매년 10%씩 감액해 총 328%의 임금을 지급하게 된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영업직 65%, 지원조직 55%의 기준으로 5년간 지급 총 325%, 275%를 지급한다. 반면 하나금융투자는 5년에 260%, IBK투자증권은 265%를 지급한다.

KB증권은 지난해 9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대상자는 5년간 조건에 따라 기존 연봉의 250~450%(연 50~90%)를 받게 된다.

대부분 1년차에는 기존 연봉의 80~90%를 지급하고 2년차엔 60~70%를 지급한다. 문제는 3년차부터다. 이때는 급여지급율이 대부분 40~50%로 기존 연봉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임금 삭감 방식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임금 수준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노후보장체계가 불완전한 우리나라의 경우 또 다른 위험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한다는 점에서 위헌논란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단지 연령을 이유로 고용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받는 것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시대흐름과도 역행한다"며 "특히 가장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는 50대 장년 층의 실업과 임금삭감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근로의욕 상실과 업무 효율성 저하도 문제다. 회사내 세대갈등도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김시우 금투협 노조위원장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의 경우 고령자의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대고 있지만 이의 원인은 임금 삭감으로 인한 동기부여 저하가 먼저"라며 "생산성이 감소해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건지 임금피크제 들어갔기 때문에 일을 안하게 된 것인지 인과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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