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하위권 다른 선택지

취업 빙하기 돌파할 열쇠 전문대학 다시 보기

2024-10-02 13:00:01 게재

내신성적 4~6등급대 중위권 학생 또 다른 선택지 … 실무·현장 중심 교육으로 취업난 뚫을 학과 많아

일반대학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끝났다. 내신성적이 우수하고 학생부도 충실한 수험생은 남은 기간 수능에만 전념하면 되겠지만 아쉬움이 있는 학생은 부쩍 경쟁률이 높아진 원서접수 결과에 마음이 편치 않다. 아직 늦지 않았다. 또 다른 선택지인 전문대학 수시 모집이 끝나지 않았다. 수시 2차 모집이 수능 후인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전문대학에는 실무·현장 중심 교육으로 취업난을 좀 더 쉽게 뚫을 수 있는 학과가 많다.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다. 전문대학 입시, 어떤 특장점이 있고 어떻게 선택하고 진학할 수 있는지 함께 알아본다.

전문대학은 흔히 중위권 이하가 지원한다. 막연히 중위권이라고 하면 어떤 학생들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김명엽 서울 혜원여고 교사는 “중위권이라고 하면 내신 성적이 4~6등급대인 학생을 의미하는 게 통상적인데 일반계고에서 중위권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그룹이기도 하다”며 “두 학교의 사례로 4~6등급대 중위권 학생의 규모와 합격하는 대학을 분석해보니(표) 재적 인원이 330명인 고등학교에서는 143명(42.9%), 재적 인원 180명인 고등학교에서는 78명(45.9%)이 중위권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은 4년제로는 서울·수도권 일부 대학과 지역 대학 등에 진학하기도 하고 수도권 전문대학 간호·보건 계열에 진학하기도 한다.

◆위기의 전문대학, 그만큼 기회 커져 = 중위권을 중심으로 위쪽의 상위권 수만큼 아래쪽의 하위권 학생들이 존재한다. 6등급 이하 학생들은 지역 대학과 수도권 전문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전문대학에 대한 선호도와 합격선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지만 대학 입학정원은 정체된 상황에서 일반대학 합격이 어렵진 않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는 고학력 사회에 접어들기도 했다.

김장업 서울 영훈고 교사는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 자원이 줄어 4년제 일반대학 진학도 수월해졌다”며 “일반대학 35만명, 전문대학 15만명으로 입학 정원은 50만명을 유지하고 있으나 고등학교 한해 졸업생은 40만명 전후로 서울·수도권 전문대학 외에는 학생 모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전문대학에 지원하는 학생 범위는 중·하위권으로 좀 더 넓어지고 있어 합격선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학과를 갈 수 있다는 의미다.

김명엽 교사는 “서울 10개 전문대학의 지난 경쟁률 추이를 살펴보면 변화는 감지되는데 과거에는 일반대학은 제외하고 전문대학 위주로만 지원하는 그룹이 일정 비율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러한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며 “또한 중·하위권에서도 수능 성적을 높이거나 재수를 통해 일반대학을 가겠다는 각오로 전문대학을 지원하지 않는 학생이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정시 확대 기조가 전문대학 진학률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올해는 수시원서 접수 직전에 실시된 9월 모의평가가 쉽게 출제됐다. 상위권이 아니더라도 손도 못 대볼 만큼 어려운 문제가 거의 없었고 좀 더 노력하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시험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등급은 상대평가라 아직 알 수 없지만 원점수만으로는 오른 학생이 많다.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고 정시에 대한 자신감도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2~3년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인 취업 훈련을 받게 되는 만큼 시류에 휩쓸리기보다 입학 단계부터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게 도움이 된다. 현장에서는 어렵고 힘든 일을 잘하는 전문 기술자가 더 대접받는 분위기다.

중·하위권이라도 전문대학에 눈을 돌리기에는 좋은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기회에는 위험요인이 있고 위기상황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은 교육목표부터 차이가 크다. 일반대학은 전공 학문의 연구가 중심이라면 전문대학은 취업을 위한 전문 지식과 기술의 습득이 목표다. 졸업 후 직업현장에서 당장 쓸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대학의 교육목표는 결과에서 차이가 난다(그래프). 특히 취업률이 높은 전공에서는 그 차이가 커진다.

전문대학 취업률이 더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직무역량 배양을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 구성과 교육방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대희 경복대 안전보건과 교수는 “전문대학은 수업 중 실습비율이 매우 높아 일반 이론강의실은 줄이고 실습센터를 많이 만들어 현장 기자재를 활용한 수업을 한다”며 “수업 외 시간에도 조교(퍼실리테이터)와 함께 자율 실습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 입학생은 책으로만 공부한 기성세대와 달리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능해 3D로 실현하는 가상현실 작업에 적응이 빨라 수업도 다양한 기자재를 활용한 실습위주로 구성한다”며 “90분 중 25분은 실습지도에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은 스스로 실습하고 그 결과물을 직무중심의 수행으로 평가해 과목을 이수한다”고 수업의 변화를 설명한다.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의 변화가 취업에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정해빈 경기 이우고 교사는 “사회는 산업화를 넘어 정보화, 그것도 넘어 인공지능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 부모 세대는 학벌에 의지해 안정적인 직업을 찾겠다는 생각에 매몰된 경우가 많다”며 “취업을 목표로 대학을 갈 때는 당장 무엇을 하며 먹고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력직 상시 채용으로 취업문화가 달라지고 있어 빨리 첫발을 딛고 경험을 쌓아 같은 분야를 더 깊게 파고들든, 다른 분야를 시도하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 고교의 진로지도의 궁극적인 목표도 직업인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독립하는 것이 돼야 한다.

◆모집 인원 줄었지만 입학 어렵지 않아 = 2025학년 전문대학은 2024학년보다 3115명 줄어든 16만3473명을 모집한다. 이 중 수시에서 92%인 15만명을 모집하고 정시에서는 8%만 모집해 수시에 좀 더 치중돼 있다.

수시 모집도 1차와 2차, 두차례에 걸쳐 한다. 1차 원서접수는 비교적 기간이 길다. 6회 지원 제한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대학 수시모집과 별개로 지원할 여유가 있다. 특히 2차는 원서접수 마감일이 수능 이후다. 수능 가채점 결과를 보고 다시 지원을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

강광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입학지원실장은 “2025 기준 모집 인원의 80%를 수시 1차에서 모집하고 1차에 지원·합격해도 2차에 지원할 수 있는 만큼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면 좋다”며 “전형이 다양한 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찾기 위해 전형 요소별 반영 비율과 환산 성적을 확인해야 하는데, 모바일앱 ‘전공모아’에서 성적을 입력하면 희망 대학·학과의 합격 가능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 꼭 활용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대학이라도 합격하면 수시에 합격 사실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정시모집이나 추가모집에는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김명엽 교사는 “명지전문대학 삼육보건대학 서일대 경민대 등 합격선이 높은 수도권 전문대학은 면접을 실시하는 곳이 많다”며 “수시와 정시를 두고 고민한다면 일단 지원하고 다른 수시지원 대학의 경쟁률이나 수능결과를 지켜본 후 면접 응시 여부를 결정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자격증·실습 환경·취업률 따져봐야 =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달리 학과 개편이 잦고 신설 학과도 많다. 교육목표가 취업에 있어서 취업 수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최근 선호 학과의 변화가 큰데, 이는 모집정원에서 유추할 수 있다. 모집인원이 가장 많은 학과가 취업에서 인기 있는 학과이기 때문이다.

김장업 교사는 “정보통신 기계 전기 자동차 관련 학과는 예전에는 취업이 잘돼 인기가 많았는데 요즘은 시들해졌는데 수학 공부가 기본이 돼야 하는데 수학을 좋아하지 않고 학업 역량이 부족한 학생이 선호하지 않는다”며 “전통 강호인 간호·보건계열과 더불어 반려동물 산업과 대중문화 산업이 상한가이고 학력에 구애받지 않는 패션·뷰티·실용음악·컴퓨터 프로그래밍 등도 인기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대학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과 진학의 분명한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다. 정 교사는 “예컨대 간호사가 되려면 간호학과, 물리치료사가 되려면 물리치료과,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유아교육과를 진학하는 식”이라며 “졸업하면 받을 수 있거나 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자격증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2~3년의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인 취업훈련을 받게 되는 만큼 시류에 휩쓸리기보다 입학단계부터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게 도움이 된다. 현장에서는 어렵고 힘든 일을 잘하는 전문기술자가 더 대접받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문대학의 인기 하락으로 합격선, 특히 최저점이 급락하고 있고 수시와 정시 모두 충원 합격이 계속 늘고 있다. 과감히 지원해도 합격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정 교사는 “지금 준비가 덜 됐고 학교생활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면 오르지 않을 수능을 붙들고 무작정 재수를 하는 것보다 일단 관심과 흥미가 있는 전공으로 전문대학에 진학할 것을 추천한다”며 “학업을 마치면 취업 외에도 연계 편입, 학사심화과정, 전문대졸자 특별전형 등 다양한 길이 있다”고 조언했다.

김기수 기자 윤소영 내일교육 리포터 yoons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