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버틸수록 멀쩡한 기업까지 악영향
정상기업 매출액·이익률 등 하락
중소기업·서비스업에 더 부정적
“적기 구조조정 등 노력 필요해”
좀비기업으로도 불리는 한계기업이 오래 버틸수록 같은 업종내 정상적인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계기업이 장기간 외부 차입에 의존해 연명하면서 다른 기업의 금융여건과 영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서 별도로 추정한 ‘한계기업의 외부효과 분석’에 따르면, 특정 업종내 한계기업이 10% 정도 늘어나면 다른 정상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4%p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상황을 기준으로 총자산영업이익률은 0.51%p 감소하고, 영업현금흐름(-0.26%)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한계기업이 금융권의 금융지원을 등을 통해 장기간 존속하면 정상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정상기업의 원활한 투자 및 자금조달 활동도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에 피해가 더 크다는 추산이다. 매출액 증가율 감소폭은 대기업(2.11%p)이 중소기업(1.85%p)보다 소폭 크지만, 영업이익률(-0.55%p)과 현금흐름(-0.28%p) 등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의 경우 매출액(-2.03%p)과 영업이익률(-0.55%p), 현금흐름(-0.36%p) 등 모든 부문에서 제조업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부실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인식돼 리스크 회피성향이 강화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서비스업종은 제조업 대비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진입이 용이한 특성때문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한계기업 비중이 10% 늘어나면 업종내 정상기업의 평균이자율은 0.11%p 상승했다. 대기업(0.06%p)보다 중소기업(0.12%p), 제조업(0.01%p)보다 서비스업(0.11%p)의 평균이자율이 더 크게 올랐다. 특정 업종에서 한계기업이 늘어나면 금융기관은 해당 업종의 전반적인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해 이를 금리에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금융기관은 부실기업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한계기업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고려해 적기 구조조정과 함께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취약업종의 구조개선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집계한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밑도는 한계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기업수 기준 16.4%, 차입금 기준 26.0% 증가했다.
차입금을 기준으로 한계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숙박음식업종으로 59.0%에 이른다. 운수(49.2%)와 전기가스(46.1%), 부동산(43.8%) 등의 업종도 한계기업 비중이 컸다. 이에 비해 항공(0.2%)과 석유화학(4.1%), 전기전자(11.3%) 등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