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그늘막'기싸움 점입가경
서울시-중구 갈등 이어 서초 "서리풀 원두막 부각 안됐다"
동작 "우리가 원조인데" 속앓이 … 강남, 뒤늦게 설치분주
서울 동작구에서 시작돼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 확산된 횡단보도 그늘막을 둘러싼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서울광장에 설치됐던 그늘막을 두고 서울시와 중구 사이 갈등이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서초구가 "원조격인 서리풀 원두막이 부각되지 않았다"고 전전긍긍한다. 진짜 원조 동작구는 속앓이만 하고 있고 강남구는 뒤늦게 그늘막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에 사랑받던 그늘막이 쟁점이 된 건 지난달 말. 서양호 중구청장이 서울광장에 설치됐던 4개 그늘막을 철거한 뒤 "서울시 간부가 행정절차를 무시, 설치를 요구했고 주민들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중구 공무원들이 즉각 응했다"고 나선 것. 중구는 주민들에게 물어 새로운 장소를 선정하겠다며 당초 명동 을지로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그늘막을 설치하기로 했던 계획도 즉각 중단했다.
서울시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시민들 왕래가 많은 지역이라 정식으로 공문을 발송해 처리한 사안인데 '상급 행정기관의 갑질' 정도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구가 이미 설치됐던 그늘막을 철거하자 시 총무과에서 같은 자리에 대체 그늘막을 세웠다. 새 그늘막에는 '서울의 중심 중구'가 아니라 '아이 서울 유'(I Seoul U) 문구가 또렷하다.
서울시와 중구가 기싸움을 벌이면서 연일 그늘막이 화제가 되자 서초구가 슬쩍 끼어들었다. 접이식 초록색 파라솔 모양인 현재 그늘막은 서초구에서 출발한 '서리풀 원두막'이 원조인데 그 점은 부각되지 않고 있어서다.
서울시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해 말 통일된 형태로 그늘막을 설치하도록 지침을 마련, 각 자치구에 권장했는데 그 과정에서 서리풀 원두막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얘기다. 서초구는 '서리풀 원두막 = 그늘막 원조'를 앞세워 홍보전에도 전력투구, 서울시 창의상과 유럽 환경상인 그린애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는 "동작구가 원조라고 하지만 지금 형태는 서초구를 따른 것"이라며 "동작구도 서리풀 원두막 형태로 바꿨다"고 주장한다.
서초구가 다시 원조 이야기를 들고 나오면서 2013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횡단보도와 교통섬에 그늘막을 설치했던 동작구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구는 당시 뙤약볕에 고생하는 주민들을 보며 방책을 강구하다 동주민센터에서 각종 행사때 사용하던 대형 천막을 활용해 그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동작구 입장에서는 기존 자원을 활용해 주민 불편을 덜었는데 매끈한 디자인을 앞세운 서초구형 그늘막이 대세가 된 셈이다.
실제 동작구 주민들은 서초구가 그늘막 원조라고 주장하는 서리풀 원두막에 대해 서울시 창의상을 시상한데 대해서도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구 관계자는 "2017년 창의상 발표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우리가 처음 설치했는데 왜 서초가 원조라고 하느냐' '돈을 들이지 않았다고 무시하는 거냐'는 항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초구가 여론몰이를 많이 해 정말 원조처럼 인식되고 있어 불편하지만 내색은 않는다"며 "깔끔한 모양이나 통일성도 좋지만 주민을 생각해 착안한 취지를 평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동작구는 지난해까지 기존 자원 활용을 고수하다 올해 들어 '가난해서 옛날 그늘막을 쓰느냐'는 주민들 요구에 고심 끝에 서울시 지침을 따라 디자인을 바꿨다.
한편 강남구에서는 때아닌 그늘막 교체가 한창이다. 정순균 구청장이 취임 후 설치를 지시했는데 폭염 때문에 제작이 늦어져 흰 천막으로 우선 대체했던 것. 구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실시, 유동인구가 많은 43곳에 천그늘막을 설치했다"며 "현재 제작이 완료, 7월 31일부터 교체작업을 시작했고 7일이면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