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 시험대 오른 고용부장관

2018-09-28 12:00:42 게재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조 9일째 농성 … 노동계, 정부의 적극적 중재 주문

신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관계 문제해결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고용청) 점거 9일째, 단식 7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전문가들은 "원청과 비정규직 노조가 직접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현대·기아차 사측과 정규직 노조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취임사하는 이재갑 장관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6개 비정규지회 조합원 290여명은 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청을 점거하고 22일부터는 25명이 집단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농성 전날인 19일 기아차 사측과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노조를 배제한 채 사내하청 1300명을 비정규직으로 특별(신규)채용에 합의한 직후부터다.

이들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의 14년 불법을 처벌하라는 상식적이고 절박한 호소에 문재인정부가 답할 것이라 기대했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며 "재벌의 불법을 처벌하기 위해 추석 명절 곡기마저 끊어야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호소에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처벌 △직접고용 시정명령 △당사자와 원청의 직접교섭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이번 주까지 답변을 요청했다.

앞서 고용부는 2004년 현대차 사내하청 9200여개 공정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법원도 2007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해왔다.

올해 2월엔 서울고등법원이 사내하청 입사 2년 뒤부터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고용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지난달 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당사자 확정을 위한 조사를 토대로 직접고용명령, 당사자 협의·중재 등 적극적인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 신임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27일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사간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교섭 틀을 만드는 데 그동안 집중해왔고 작업을 해왔다"며 "연휴 기간 그분들(비정규직)과 얘기하고 회사와 얘기해 교섭 틀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현대·기아차 노사 양측을 만나 비정규직 지회가 핵심 주체가 되는 교섭 틀을 중재안으로 제시하고 면담 일정을 조율 중이다. 직접고용 시정명령은 효과적인 실현방식, 노사 교섭 중재상황 등을 고려해 검토하고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사측과 정규직 노조인 기아차지부는 직접교섭에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12년, 2014년에 정규직·비정규직 노조가 함께 참여한 합의에 따라 9500여명이 단계적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아차는 2016년 비정규직 화성지회가 빠졌지만 정규직노조, 비정규직 광주·소화리지회와 합의한 대로 1087명을 특별채용한데 이어 이번에 1300명은 내년까지 채용에 합의했기 때문에 직접교섭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기아차지부는 이틀 뒤 비정규직지회를 배제하고 사측과 합의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사자가 참여한 직접교섭을 통한 문제해결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강조했다.

이병훈 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위원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고용부와 검찰이 제때 조치를 하지 않아 14년을 끌어오면서 2·3·4차 하청노동자, 비생산직까지 규모가 커졌고 노노갈등 등 많이 뒤틀렸다"면서 "비정규직노조가 빠진 채 기아차와 정규직 노조가 이번에 합의한 것은 고용부 권고안에 따른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직접고용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준해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비정규직지회가 현대·기아차와 직접교섭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사측뿐만 아니라 현대차 정규직 노조처럼 기아차 정규직노조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 장관의 적극적인 중재, 조정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