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보 하류 우성면 상서뜰을 가다

"공주보와 상서뜰 농업용수는 아무 상관도 없시유"

2019-03-12 10:50:40 게재

"공주보를 개방해서 우성면 일대 농사용수가 딸린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우성면은 공주보 밑에 있는데 공주보 수위와 무슨 상관인가? 나도 금강 바로 옆에서 농사를 짓지만 공주보 개방 문제는 하등 관계가 없다."

이병우 공주농민회 사무국장의 말이다. 이 국장은 "농사용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우성면 상서뜰의 경우 금강의 지천인 유구천 수계에 속한다"며 "이 일대 농경지의 지하수는 유구천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금강 본류에서 물을 끌어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공주보 공도교에 걸린 해체 반대 현수막. 정부 방침도 '공주보 공도교 유지'인데 이런 반대 구호가 걸려 있다.


◆ '공도교 유지하라'는 여론은 사실 = 5~6일 공주보 해체시 농사용수 부족 논란이 뜨거운 공주시 우성면을 찾았다. 우성면에서 가장 넓은 상서뜰은 금강 지천인 유구천이 휘돌아 흐르는 들판이다. 유구천은 상서뜰을 지나 금강과 합류하는데, 공주보 하류 2.5km 지점이다.

유구천 제방을 따라 먼저 들판을 둘러보았다. 평목리와 상서리를 잇는 다리 옆 제방 안쪽(농경지쪽)에 두 군데 모래채취 공사장이 보였다. 50미터 관정을 파도 물이 잘 안 나온다는 뉴스가 나온 곳인데 모래채취를 하느라 파놓은 구덩이엔 흙탕물이 그득했다. 표층에서 2~3미터 정도 높이로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우성면 상서뜰 전경. 최근 지하수위 저하로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곳인데 골재채취장에는 차올라온 지하수가 그득하다.


현장취재에 동행한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지금 같은 갈수기에 지하수위가 저 정도 깊이에서 형성되는 걸 보면 농업용수 부족은 아닌 것 같다"며 "이쪽은 공주보 하류인 데다 금강 본류와 거리도 멀어서 공주보 수문 개방과 아무 관련도 없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우성면 방흥리에서 만난 류근복(공주보 진실대책위원회 위원장)씨는 "오늘 대전에서 온 아들이 TV뉴스를 보고 물이 부족해서 비닐하우스 안에 심은 파가 다 말라죽었냐고 물어보길래 '다 가짜뉴스'라고 했다"며 "계룡산에서 온양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물 사정이 가장 좋은 농경지인데 물 부족이라니,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근복씨는 최근 구성된 '공주보 진실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공주보 논란이 뜨거워지자 공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농민회 등이 사실을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며 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류 위원장은 "강물이 흘러야 물도 맑아지고 맑은 물로 지어야 농사도 잘 되는 법"이라며 "금강을 맑게 하려면 공주보를 해체하는 게 맞지만 다리는 필요하다. 정부가 공도교는 유지하겠다고 하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령댐으로 가는 금강 도수로. 백제보 하류에 있어 공주보 백제보 개방과 아무 관련이 없다.


공주보 수위와 아무 관련 없는 유구천 수계 = 역시 우성면에서 배 농사를 짓는 배연근(농업법인 공생공소 대표)씨는 "공주농민회에서 농촌공사에 공식질의를 했는데, 지난 1년 동안 공주보 개방 때문에 농업용수 취수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고 사례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배연근 대표는 "사대강사업 때 금강 본류를 6미터 깊이로 준설하면서 유구천도 낮아졌고 상서뜰 지하수위도 약간 내려갔겠지만 상서뜰 지하수위와 공주보 백제보 방류는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상서뜰에 농사용수 부족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들판이 넓으니 인가 근처에 허가나지 않는 대규모 한우축사들이 이쪽으로 밀집되면서 부분적으로 지하수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

상서뜰에서 오이농사를 하는 김용덕씨는 "우리 하우스는 유구천 제방 바로 옆에 있지만 인근에 대규모 축사들이 들어서면서 수막재배용 지하수를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덕씨는 "우리 관정은 작고 깊이도 얕은데 바로 옆에 대형관정을 뚫었으니 물이 잘 안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공주보 백제보 개방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공주보 백제보 개방의 영향이 전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상류에 있는 공주보는 물론 하류에 있는 백제보 개방 때도 농업용수의 변화를 못 느꼈다"며 "지하수위가 내려가는 등의 변화가 생겼다면 벌써 집단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남식 전 공주시농민회장은 "상서뜰은 금강 본류보다 지대가 높은 유구천 수계인데 공주보 방류 때문에 농사용수가 부족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며 "공주보 공도교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데 '교통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 반대' 등의 구호가 내걸리니 여러 가지로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주참여자치연대 고진두(농민) 집행위원장은 "농업용수와 공도교 문제에 대한 공주시 차원의 명확한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며 "공주보 하류 백제보의 경우 부여군이 농민들과 환경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조정해서 큰 문제 없이 갈등을 해소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 강이 흘러야 지하수 공급 잘돼 =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강을 막으면 강물 흐름이 약해져 바다로 가야 할 펄층이 강에 퇴적되고, 계속 그 상태가 지속되면 펄층이 딱딱한 불투수층으로 변해 강물과 농경지 사이의 지하수 이동을 막아버리게 된다"며 "보를 터야 강도 살고 주변 농경지의 지하수위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김영기 백제보 옆 수박재배 농민] "수문 개방 못한다고 농민 핑계 대지 말라"

관련 동영상 보기

[남준기 기자의 환경 현장 리포트 연재기사]

공주 = 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남준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