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연못물이 다시 흐려진 까닭

2022-07-25 11:25:10 게재

청계천 복원 후 지하수 빼앗겨

2000년대 초반 거울처럼 맑아졌던 창경궁 춘당지와 창덕궁 부용지 연못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궁궐 연못의 물이 맑아진 건 인근 종묘주차장 지하철 1호선 유출지하수 집수정의 물을 끌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전엔 수돗물로 연못물을 갈아야 하니 수도요금 때문에 한달에 두번 물을 갈아주기도 어려웠다.

청계천으로 흐르는 물은 서울시내 지하수 함양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수시트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 연못들은 다시 청태가 끼고 진한 녹색물로 흐려졌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 왜 다시 이렇게 됐는지 문의를 했지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현재 연못 관리를 하는 담당자도 "관리업체 분들이 연못 안에 들어가 청태를 걷어내는 등 수질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할 뿐 "예전에 연못물이 맑았던 적이 있었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는 대답이었다.

성종상 서울대환경대학원장에게 물었다. 성 교수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궁능문화재분과 위원이다. 성 교수는 23일 "전에 그 문제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문화재청에서 퇴직한 공무원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5년 전에 퇴직했다는 그 공무원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00년대 초 서울시의 배려로 지하철 1호선 유출지하수를 궁궐로 끌어들여 맑은 연못을 만들었는데, 2003년 이명박 전 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그 물을 다시 청계천으로 가져갔다는 얘기였다. 1년 유예 후 지하철 1호선 유출지하수 전량이 청계천으로 가버렸고 궁궐의 연못들은 예전처럼 다시 녹색물로 변했다. 서울시내 궁궐의 지하수위가 떨어진 건 지하철 때문인데 그 물을 궁궐로 주다가 다시 청계천으로 돌려버렸으니 수질이 다시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청계천으로 흐르는 물은 서울시내 지하수 함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전 시장 당시 급하게 복원하면서 인근 자연물길을 연결하지 않았고 청계천 물길 바닥에 방수시트를 시공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나온 유출지하수를 궁궐로 보내고 궁궐을 빠져나온 물길이 다시 청계천으로 흐르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야 내려간 지하수위도 회복되고 4대문 안 물길 순환도 정상화된다.

한양도성은 동대문(흥인지문)-낙산-매봉-북악산-인왕산-서대문(돈화문)-정동-남대문(숭례문)-남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따라 축성됐다. 수계로 보면 정확하게 청계천의 집수구역이다.

한양도성 밖은 수계가 모두 다르다. 서대문 밖은 영천 수계, 남대문 밖은 염천교 수계다.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 자하문 밖은 홍제천 수계다.

[관련기사]
[지하수 에너지] 버려지는 유출지하수, 에너지전환에서 '핵심'
버려지는 지하수로 냉난방을
[인터뷰│김시헌 안양대학교 교수] "버려지는 유출지하수로 돈버는 건물을"
[춘천 소양호 수열에너지 사업] 섭씨 7~8도의 찬물이 하루 350만톤 쏟아져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남준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