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시헌 안양대학교 교수

"버려지는 유출지하수로 돈버는 건물을"

2022-07-25 11:25:10 게재

에너지 범위 제한 없애

모든 물의 열 이용해야

사진 이의종

"도시에서 발생하는 유출지하수에 대한 개념을 달리할 필요가 있어요. '처리해서 버리는 물'이 아니라 '처리하여 안정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수열에너지자원'으로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20일 내일신문 사옥에서 만난 김시헌 안양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유출지하수란 지하철 터널 대형건축물 등 지하공간을 개발할 때 흘러나오는 지하수를 말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하는 유출지하수는 연간 1억4000만톤(2020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팔당댐 저수용량(2억4000만톤)의 60%에 이르는 양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양들이 하수나 하천유지용수로 방류된다는 점이다. 11%만이 도로살수 등으로 이용되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유출지하수 이용률을 2050년까지 발생량 대비 4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건물지하 집수정 활용, 초기투자비 절감

"유출지하수는 잘 활용하면 양질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어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건축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 양을 줄여야 하는데 유출지하수를 활용해 냉난방을 하면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비용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유출지하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 화석연료 대비 30% 이상 냉·난방 유지비용 절감이 가능하죠."

국토교통부는 2030년 건물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 양을 2018년 배출량 대비 32.8%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신축건물은 제로에너지화를 하고 기존 건물들은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잡겠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김 교수는 이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유출지하수를 활용한 지하수열에너지 확대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토지이용 효율화에 따라 지하공간 활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서울시 지하철노선도와 지하유출수 발생지역이 거의 비슷해요. 연중 15℃인 유출지하수는 에너지원으로 사용시 다른 원수들에 비해 효율성이 높고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아까운 물을 돈(하수도로 방류시 하수도 요금 부과)을 주면서까지 버리고 있죠."

지하수열은 비열이 높은 지하수가 여름에는 대기보다 차갑고 겨울에는 대기보다 따뜻한 물리적인 특성을 이용해 냉난방 에너지에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유출지하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열에너지의 범위를 제한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물의 열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죠. 건물 지하의 집수정을 활용하는 유출지하수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의 높은 초기 투자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제도가 가로막고 있어 활용을 못할 뿐이죠. 신재생에너지 통계에 유출지하수를 넣기만 해도 시장 활성화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잠재력이 큽니다."

환경부는 2023년까지 지하수법에 재생에너지로 쓰일 수 있는 지하수열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유출지하수가 발생하는 11곳을 선정해 지하수열 활용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유출지하수 물순환 시스템' 도입 시급

김 교수는 유출지하수 물순환 시스템 도입도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물이용은 물론 최근 심각해지는 싱크홀 등 안전문제까지 한번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싱크홀이란 땅의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웅덩이나 구멍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대수층의 지하수가 유출 방류됨에 따라 지층 사막화가 가속화될 수 있어요. 이렇게 되면 지반이 불안정해져서 지반침하 싱크홀 등 심각한 안전문제를 일으킬 수 있죠.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유출지하수 물순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현장에서는 건물 신축 시 유출지하수가 나오면 건물 운영 시 하수도 요금을 부담하고 버리는 일이 계속되고 있어요. 유출지하수의 열을 이용하고 싱크홀을 방지하는 인공함양기술을 활용해 다시 땅속으로 순환시키면 하수도 요금을 내지 않고 안전도 챙길 수 있죠."

유출지하수 물순환 시스템이란 유출지하수를 에너지원과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남은 잉여수를 인공함양(대수층에 인위적으로 물을 주입하거나 침투시켜 지하수량을 늘리는 작업)하는 방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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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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