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에너지
버려지는 유출지하수, 에너지전환에서 '핵심'
연중 섭씨 15도 유지, 냉난방으로 쓰면 비용 30% 이상 절감 … 온실가스 저감,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각국이 기후 변화에 대응해 온실가스 감축, 친환경 일자리 생산, 대규모 녹색산업 투자로 경기를 부양하는 그린뉴딜을 통해 기존 경제 및 산업구조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린뉴딜의 핵심과제는 에너지전환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산 관련 직종은 쇠퇴해 일자리가 감소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수열에너지 이용 기술은 이미 40년 전 유럽이나 일본에서 활용되기 시작해 다양한 형태로 산업생태계가 구축됐다.
수열에너지 이용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현장에 적용돼 크고 작은 규모로 운용 중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현장 적용 확대가 시급한 실정이다.
2017년 지하수 활용 수열냉난방시스템을 적용해 건축한 서초구 방배동 희오빌딩은 건축디자인 전문기업 '희오'(대표 현숙원)의 사옥이다.
지하 2층, 지상 5층, 총면적 721.16m²(약 218평)의 빌딩이다. 회오빌딩이 위치한 서초구 방배동은 지하수위가 높아 지하수 활용 수열냉난방시스템 적용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희오빌딩에는 20RT(냉장톤. 1RT는 약 3.5kW) 규모의 지하수 수열냉난방시스템이 적용됐다.
겨울에는 15도의 지하수를 히트펌프로 데워서 바닥난방을 하고 여름에는 천정에 설치한 공조시스템에 지하수의 차가운 온도를 이용한다. 냉난방 후 남는 잉여수는 다시 대수층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24시간 냉난방해도 월 90만원 = 수열냉난방시스템을 사용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효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여름 겨울 냉난방을 24시간 가동해도 냉난방요금은 월 90만원 수준이다. 모든 층에 바닥난방을 하므로 입주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하수 하수 하천수 공정폐수 등이 모두 신재생에너지 수열에너지에 포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효율이 높고 경제성이 좋고 온실가스 감축에 유리해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김시헌 안양대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24일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사업 공급의무 비율에 포함되지 않으니 설계에 반영을 해도 실제 건축에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들은 조례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의무적용 비율에 '미활용에너지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세계적 에너지전환이 시작됐다. 우리 정부도 정책 수립과 예산투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중 논란이 많은 바이오매스(석탄혼소발전)를 제외하면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햇빛과 바람의 조건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다양한 에너지원 활용이 중요하다.
특히 전기 에너지는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50%가 열에너지로 변환된다. 화력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큰 손실을 보며 열에너지로 변환해 사용한다.
전기에너지는 빛으로 쓸 때 가장 효율이 높고 그 다음은 동력(모터 등)이다. 열에너지 변환이 효율이 가장 낮다. 열에너지는 열 자체를 이용하는 게 가장 효율이 높다.
태양광 전기로 온수히터를 돌리는 것보다 태양열로 뜨거운 온수를 만들면 3배 이상 효율이 높다. 물과 대기의 온도 차이를 이용하는 수열에너지가 건물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지하철이나 빌딩 지하층에서 발생하는 유출지하수는 연중 섭씨 15도 정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안정적인 열에너지 공급원으로 높은 가치를 갖는다.
도시 개발에 따라 지하구조물이 늘어나면서 유출지하수량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유출지하수를 하수도로 그냥 버릴 경우 하수요금이 부과되고 공공하수처리시설로 유입돼 하수처리 효율을 떨어뜨린다.
◆연중 섭씨 15도 유지하는 지하수 =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에 따르면 2000년 기준 전국 유출지하수 총발생량은 하루 약 38만톤이다. △터널(44.0%) △지하철(41.0%) △건축물 지하(8.2%) △전력구(4.2%) 등이다. 발생량 대비 이용 신고량은 하루 23.4만톤(61.6%) 수준이다. 그러나 신고량 가운데 83.4%인 19만5000톤이 그냥 하천유지용수로 방류된다.
서울시의 경우 유출지하수 총 발생량은 하루에 약 18만9000톤이다. △지하철(58.2%) △터널(19.5%) △건축물 지하(12.1%) △전력구(6.4%) 등이다. 발생량 대비 이용 신고량은 14만7000톤(77.9%) 수준이지만 83.6%인 12만3000톤이 하천유지용수로 방류된다.
유출지하수가 하천이나 하수로 방류되면 지하수를 함유한 대수층이 고갈돼 지층 사막화가 진행되고 지반이 불안정해진다. 고층빌딩이 많은 도심 곳곳에서 지반침하나 싱크홀 등의 발생이 잦아지는 까닭이다.
하수도로 유출지하수를 방류하면 하수요금도 발생한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유출지하수를 하수도로 방류하면 업종을 따지지 않고 톤당 400원의 요금을 부과한다.
지상 42층, 지하 5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단지의 유출지하수 발생량이 연간 4만6417톤이고 이를 전량 하수도로 방류할 경우 연 1856만6800원의 하수요금이 입주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지층 사막화, 싱크홀도 막아준다 = 이런 유출지하수를 잘 활용하면 화석연료 대비 30% 이상 냉난방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출지하수 에너지 이용은 지열시스템과 비슷하지만 따로 지열공을 뚫지 않고 집수정에 모이는 지하수를 활용하기 때문에 시공비가 적고 시공기간도 짧다. 취수에 동력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유출지하수는 냉난방 에너지를 쓰는 건물 지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도 높다. 열에너지로 활용하고 난 유출지하수는 수질에 따라 화장실 세척수 등 생활용수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래도 남는 잉여수를 다시 대수층으로 돌려주면 지층 사막화와 지반침하, 싱크홀 등을 막고 하수요금도 절감할 수 있다. 집수정 위치와 인공함양정 위치를 서로 다르게 시공하면 지하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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