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노동자 45% 지난해 산재 당해

2022-08-30 10:55:06 게재

절반 궂은 날씨에도 고소작업

"원청 직고용해 안전관리해야"

5월 3일 경기 남양주 전원주택지의 통신전주 이설 작업 중 발생한 추락 사망사고 현장. 안전모와 밧줄 등이 널부러져있다. 사진 내일신문

#. 지난 5월 경기 남양주 전원주택지에서 7미터 높이 전신주(통신주)에 올라 무선통신 설비 해체작업 중이던 작업자가 떨어져 사망했다. 고소작업차에 올라 작업해야 하는데 혼자 밧줄을 전주에 묶고 작업하다가 사고가 났다.

지난해 케이블·통신을 설치·수리하는 노동자들 2명 중 1명은 업무상 재해를 경험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희먕연대)와 노동환경연구소 '일과건강'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케이블·통신 노동자 산업안전보건 실태 및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일과건강은 4월 6일부터 5월 4일까지 희망연대 소속 7개 지부 조합원 1037명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대부분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LG헬로비전 현대HCN 딜라이브에서 설치·수리 업무를 도급받은 하청업체 소속이다.

케이블·통신 노동자들은 산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2021년 중 업무 때문에 생긴 사고나 질병으로 4일 이상 병원·한의원·약국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몇 번 있었느냐는 질문에 1번 이상 경험자의 비율이 45%나 됐다.

노동자들은 궂은 날씨에도 추락사고 위험이 있는 고소작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이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전신주·옥상·담벼락에 올라 작업한다는 응답이 50%에 달했다.

응답자 중 '전신주에 오르는 승주작업 시 2인 1조가 늘 지켜진다'는 답변은 12%에 불과했다.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고소작업대의 사용 비율은 35%에 머물렀다. 고소작업 시 안전조치에 있어 30%는 '안전벨트를 걸 수 있는 곳이 없어 그냥 작업한다'고 대답했다.

전기가 살아 있는 활선상태에서 작업시 필요한 안전교육을 받은 비율도 50%에 불과했다. 작업할 때 절연기구를 사용하는 비율도 30%가 채 되지 않았다.

맨홀 등 밀폐공간 작업에는 산소농도 부족으로 질식사고의 위험이 있어 감시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80~90%는 지켜지지 않았다.

추락이나 감전 질식이 가능한 위험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응답자 22%는 모른다고 했다. '작업중지권'를 알고 있는 응답자들 가운데 실제 '작업중지'를 해 본 경험은 38%였다.

업무상 교통사고도 문제였다. 2021년 업무상 운전 중 교통사고 경험을 묻는 질문에 28%가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2회 이상 경험한 노동자도 30%에 달했다.

최진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노동과인권)는 SK브로드밴드 홈고객센터 협력업체인 원케이블솔루션 중부케이블 용이케이블 에스엠넷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례를 조사했다.

최 노무사는 "SK브로드밴드 간접고용 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위반한 사례가 17개 항목이나 적발됐다"며 "에스엠넷(47명)을 제외하고 모두 100명 이상 사업장이지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설치되지 않았고 산재 발생을 은폐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 노동자들은 질식 추락 감전 끼임 베임 등 사고와 고객으로부터의 스트레스 등 유해요인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어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이 엄격한 준수가 요구되지만 위험이 외주화된 협력업체 전반에 걸쳐 법 위반이 발견되고 있다"며 "홈고객센터 협력업체들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이 전반적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케이블·통신 노동자들의 건강한 일터를 위해 고용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도급형태를 취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규제를 더 안지켜지는 것은 고용구조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며 "상시·지속업무에는 간접고용 또는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정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는 "다단계 하청의 중간착취가 없어지면 그 비용을 노동자 보호에 쓸 수 있다"며 "원청의 직접고용을 통해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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