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법 1년 국민인식 조사

국민 48% '중대재해법 더욱 강화해야'

2023-01-31 11:27:43 게재

20.1% 법 규정완화, 27.6%는 유보 … 산재감소 대책, '정부 감독·관리' 1순위

한보총, 산재 국민인식조사

1월 27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이다.
고용노동부가 19일 발표한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중대산업재해로 596명 사고사망자가 발생해 전년 동기(640명) 대비 44명(6.9%) 감소했다.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50인(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는 사고사망자 231명으로 전년 동기(232명) 대비 1명 줄어드는데 그쳤다. 50인(억원) 미만에서는 사고사망자 365명이 발생해 전년 동기(408명) 대비 43명 줄었다.
중대재해법 수사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까지 229건 중대산업재해 발생해 그 가운데 52건의 사건이 처리됐다. 사건처리율은 22.7%에 그쳤다.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것은 34건인데 기소는 11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수사 속도가 늦어지면서 처벌받은 경영책임자가 단 1명도 없었다.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한보총)는 지난 17~18일 이틀간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한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법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중대재해법 강화를 주문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을 맞아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한보총)는 지난 17~18일 이틀간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한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법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국민 절반 여전히 중대재해법에 기대 =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60.2%(매우 큰 도움 26.7%, 대체로 도움 33.5%)은 '중대재해법이 산재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40대(66.2%)에서, 직업별로는 농·임·어·축산업(66.3%)에서 높게 나타났다.

중대재해법 시행되기 1년 전인 지난해 1월 조사 77.5%(매우 큰 도움 40.1%, 대체로 도움 37.4%)보다 17.3%p 줄었으나 여전히 국민 절반 이상이 중대재해법이 산재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33.5%였다.

최학수 한보총 이사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음에도 건설현장 붕괴사고 등 산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법 시행 이후 처벌받은 사례가 한건도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대재해법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응답은 48.4%로 '완화돼야 한다'는 응답(20.1%)보다 두배 이상(28.3%p) 높았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1년밖에 되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응답도 27.6%나 됐다. 연령별로는 40대에서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59.3%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완화해야 한다는18.8%, 유보적인 응답 19.9%로 나타났다.

◆산재, 자연재난·교통안전보다 심각하다 = 전반적인 안전수준에 대해서는 국민 10명 중 7명(71.4%)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특히 40대에서 가장 높은 77.9%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남성(68.7%)에 비해 여성(74.0%)이 더 심각하게 인식했다.

전반적인 안전문제 가운데 산업재해에 대해 78.7%(매우 심각 35.9%, 대체로 심각 42.8%)가 심각하다고 응답해 가장 높았다. 자연재난 안전에 대해서는 67.2%가. 교통안전에 대해서는 65.9%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재해 감소 대책으로 국민들은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28.5%로 1순위로 꼽았다. 사업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은 25.0%로 2순위였다. 이어 산업안전보건 제도강화가 18.9% 등의 순이었다.

정부의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30대(36.4%)에서, 전문·자유직(35.4%)에서 높게 나타났다. 사업주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40대(32.4%)에서, 판매·서비스직(30.6%), 사무·기술직(30.0%)에서 높게 조사됐다.

지난해 1월 조사에서는 사업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30.5%)이 1순위,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관리(28.1%)가 2순위였다. 이어 산업안전보건 제도강화(15.0%) 등의 순이었다.

한보총은 "산재감소를 위해 정부의 감독과 관리가 1순위로 바뀐 것은 국민들이 산업안전보건 제도를 강화해도 이를 잘 지켜지도록 감독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사업주 처벌보다 예방에 관심가져야 = 조사를 진행한 정혜선 한보총 회장(가톨릭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전반적인 안전문제 가운데 산업재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산재 감소를 위한 노력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에 대해 국민 60% 이상이 산재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지만 중대재해법이 처음 시행될 당시보다 기대 수준이 줄었다"며 "국민들은 사업주가 중대재해법 처벌을 면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게 아니라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데 노력해줄 것과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8월 창립한 한보총은 보건안전을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제도개선과 실질적인 정책방안 제안을 통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 68개 단체, 회원 80만명이 참여한다.


어떻게 조사했나
1. 조사의뢰자: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2. 조사기관: 데일리리서치
3. 조사지역: 전국
4. 조사일시: 2023년 1월 17일~18일
5. 조사대상: 만 18세 이상 남녀
6. 조사방법: ARS RDD 유·무선병행(무선전화 81%+유선전화 19%)
7. 표본의 크기: 1001명
8. 응답률: 2.7%
9. 가중값 산출 및 적용방법: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 부여/ 셀 가중(2022년 1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1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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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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