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붕괴사고 늑장 대응

2023-03-02 11:20:42 게재

사고발생 사흘 지나 알려

토사 붕괴 매뉴얼도 없어

부산시가 북구 만덕과 해운대구 센텀을 잇는 대심도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토사 붕괴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사흘이 지난 후에야 알려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25일 대심도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토사 붕괴가 발생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 사실을 즉각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흘이나 지난 후에야 언론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공사현장은 부산도시철도 3호선이 지나고, 주변에 아파트와 주택이 밀집한 곳이다. 사고지점은 도시철도 3호선 바로 아래 위치하며 거리는 사선으로 약 32m 정도다.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부산시가 지하철을 관리하는 부산교통공사에 알린 것도 이틀이 지난 27일 오후였다. 이후에야 사고현장을 지나는 지하철 감속운행이 이뤄졌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붕괴 지점 지상에는 아파트(252가구)가 인접해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주변 지반이나 계측기 변화가 전혀 없었고 주민들이 오히려 더 불안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같은 토사 붕괴 사고에 대한 매뉴얼도 없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도 사고 발생 후 10시간이 지나서야 부산시에 보고했다. 부산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뉴얼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붕괴사고는 지난달 25일 오전 0시40분쯤 부산 동래구 온천동 만덕2터널에서 미남교차로 방향으로 450m 떨어진 지점 지하 60m 대심도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25톤 트럭 40여대 분량(750㎥)의 흙과 호박돌 등이 쏟아져 내렸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4시간 전부터 흙이나 돌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등 붕괴 조짐을 보여 작업자들이 철수하고 출입을 통제한 덕분이다. 부산시는 강관을 시공하다 터널 윗부분의 풍화토층 일부가 붕괴한 것으로 판단한다. 시는 전담팀을 구성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아프리가 3개국 순방 중인 박형준 시장은 보고를 받고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면밀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고로 만덕 부근 대심도 공사는 멈췄다. 정밀진단 등 후속조치를 거치면 경우에 따라 공기 연장도 이뤄질 수 있다. 대심도는 지하 40m 이상 깊이에 터널을 만드는 일종의 지하 고속도로다. 상습적인 부산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됐다. 대심도 바로 위에는 지하철과 도로, 주택 및 각종 지상 구조물이 존재해 안전 시공이 요구돼 왔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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