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1급 발암물질 석면 국민격리 16년, 국민은 안전한가③

유해석면 방치, 국민건강 위협 우려

2024-10-07 13:00:13 게재

에스앤피, 1240곳 현장서 폐석면 발견

석면관리법 “땅에 떨어뜨리지 말아야”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1급 발암물질 석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어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유해 석면인 슬레이트 조각들이 철거현장들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7일 에스앤피가 2023년 9월~2024년 8월 주택 슬레이트처리 현장에 대해 발품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철거를 마친 1240곳의 현장에서 유해석면인 슬레이트 조각들이 발견됐다. 전북 무주군 600곳, 충남 논산시와 아산시 170곳, 전남 함평군 70여곳, 경남 함양군 300여곳, 경기 연천군 100여곳 등이다.

에스엔피는 주택 슬레이트처리 지원사업의 전국 지방자치단체 입찰 현황 비교조사(2017~2023년) 및 흩날릴 우려가 있는 석면에 대한 ‘올바로시스템’ 등록조사(2022년 1월~2024년 6월) 등을 한 슬레이트처리 업체다. 이 업체 안홍용 대표는 폐기물업체 CCTV 설치를 처음 정책제안 한 사람이기도 하다.

발품조사는 슬레이트처리 공사를 마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슬레이트 조각들이 남겨진 곳을 확인·채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 대표는 “발품조사 결과 흩날릴 우려가 있는 폐석면인 슬레이트 조각의 방치는 거의 모든 철거현장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전수조사를 하면 위법한 실태가 광범위하게 벌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레이트 조각들이 발견된 현장 공사업체들과 공사를 위탁한 지자체들은 발품조사가 해체제거가 진행되는 시점이 아닌 공사가 끝난 뒤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 해체제거업체 대표는 “시골의 경우 집주인들이 슬레이트를 깨 놓기도 했다”며 “지붕 슬레이트는 해체해 다 수거하지만, 기존에 깨져 떨어진 것은 수거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장에 슬레이트 조각이 남아 있는 것은 지붕 슬레이트 해체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사를 민간 위탁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무원 한명이 현장을 다 감독할 수 없어 협회(민간위탁자)에 맡겨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왔다”며 “현장 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떨어진 것(조각)을 쓸어담아 안깨진 것이랑 다(함께) 포장 처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위탁자가 그렇게 한 것이라면 이해가 안간다”며 “공사 전부터 있었던 것인지 지금은 (발품조사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민간위탁자인 한국석면안전협회 김 모 본부장도 “슬레이트 조각은 흩날릴 우려가 있는 폐석면이 아니다”면서 “(철거현장에 폐석면) 조각이 남아있다고 해도 흩날릴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석면안전관리법(37조)은 ‘해체한 슬레이트는 직접 땅으로 떨어뜨리거나 던지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슬레이트(조각)가 해체 현장에 남겨져 있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최학수 환경보건안전협회 회장은 “석면 취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흩날리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매립을 했더라도 침출돼 지하수 오염문제가 생길 수 있어 나온 대책이 고형화 처리방법”이라고 말했다. ‘흩날릴 우려가 있는 석면’은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흩날릴 우려 있는 석면 처리등록 민간위탁자 3곳에 불과 = 민간위탁 사업자의 올바로시스템 등록실적도 미미했다. 올바로시스템은 폐기물의 배출부터 운반, 최종처리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 자동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시스템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슬레이트 처리를 관리한다.

하지만 에스엔피가 2022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올바로시스템의 ‘흩날릴 우려가 있는 폐석면’ 등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주택 슬레이트처리 지원사업 민간위탁자 중 처리실적을 등록한 곳은 한국석면안전관리협회(전북 군산시, 120톤), 대한석면환경협회(전남 여수시, 500톤), 수생태보전협의회(전북 정읍시, 230톤) 등 3곳에 불과했다.

정작 민간위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석면안전협회(안전협회)와 경기대진테크노파크(경기대진)의 처리실적 등록 건수는 0건이었다.

에스엔피가 주택 슬레이트처리 지원사업의 전국 지자체 입찰현황을 비교조사한 것을 보면 2017년부터 2023년 이 사업을 위탁한 지자체 767곳 중 460곳은 안전협회에, 207곳은 경기대진에 사업을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 기준으로는 총 4476억원 중 안전협회와 경기대진이 각각 3127억원, 529억원을 차지했다. 전체 사업비의 82%를 두 곳이 가져간 셈이다.

◆석면피해자 인정, 올해 8000명 넘어설 듯 = 석면이 위험한 것은 흩날려 인체에 소량만 흡입돼도 폐암, 악성중피종, 난소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석면피해(특별유족) 인정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31일 현재 악성중피종 1533명, 폐암 1790명, 석면폐증 4652명, 미만성흉막비후 4명 등 총 7979명이 석면으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다. 현 추세라면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첫해인 2011년 495명이던 석면피해 인정자는 14년 만인 올해 16배 늘어나 8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환경부는 2011년 “노후화된 슬레이트지붕은 풍화와 침식으로 표면 결합력이 약화돼 흩날릴 우려가 있고, 석면이 흩날리면 국민 건강을 해친다”며 ‘주택 슬레이트처리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슬레이트의 경우 평균 16% 내외의 석면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흩날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이 사업에 정부보조금 1조80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석면으로 인해 국민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슬레이트 해체·제거 작업 및 흩날릴 우려(비산) 방지 대책 적절성, 폐슬레이트 발생·처리 현황 등에 대해 올해 말까지 운영 실태조사를 진행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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