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가구 61.5% '외로운 죽음' 막는다

2023-03-07 10:41:42 게재

관악구 고독사 예방 위해 선제 대응

생명사랑티에프 꾸리고 관계망 지원

"어제 전화가 왔어. 전기 안쓴다고."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빨리 찾아오려고 설치한 거예요. 항상 가까이서 도움 드리고 싶어서."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은천동주민센터 공무원과 함께 1인가구에 설치된 스마트 플러그를 확인하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공무원 휴대전화로 전송된다. 사진 관악구 제공


서울 관악구 은천동. 하늘과 닿을 듯한 언덕배기에서도 꼭대기에 자리잡은 아파트단지. 노 모(83) 할머니 집에 반가운 손님이 왔다. 박준희 구청장이다. 그는 스마트 플러그부터 확인한 뒤 평소 나들이 방법이나 이웃과 교류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물었다. 구는 주 1회 청소와 병원동행 등이 가능한 돌봄SOS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7일 관악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들어 고독사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에서 첫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선제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로 분류된 사망자는 3378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1% 안팎인데 서울은 이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주민은 50·60대 1인가구다. 하지만 최근 혼자 사는 30대 여성이 집에서 쓰러진 뒤 12일만에 구조된 사례처럼 1인가구 전체가 관심 대상이다. 관악구 1인가구는 2010년 47.1%에서 급격히 증가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61.5%에 달한다. 청년은 물론 중장년과 노년층도 많다. 구 관계자는 "고독사는 경위나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질병 이혼 실직 등 위험요인을 최대한 찾아내 일상관리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구청장이 주재하는 생명사랑티에프부터 꾸렸다. 복지 관련 4개 부서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고독사 대상별 원인별 분석과 다른 지자체 벤치마킹,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예방대책을 논의한다. 구 특성을 살린 예방사업까지 다음달쯤 내놓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제각각 진행하던 단위사업은 한데 모아 확대한다. 초기발견 예방과 서비스 지원 두 단계로 나눠 구와 동주민센터는 물론 복지관 이웃살피미 등이 총동원된다. 동주민센터별 찾아가는 복지플래너와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은 기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악구지회는 '신통방통 복지플랫폼', 일반 주민들은 '함께 해요 복지톡'을 통해 위기가구 발굴에 동참한다. 구 복지상담센터는 전용번호를 운영하며 원스톱 맞춤형 전용번호를 운영 중이다.

예방·서비스 지원 단계 중 첫째는 첨단기술 활용이다. 은천동 노 할머니네는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플러그가 설치된 449가구 가운데 한곳이다. 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꽂아두면 사용하는 전력량이 동주민센터 담당자 휴대전화로 전송된다. 스마트 플러그와 함께 자동전화로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인공지능(AI) 안부확인, 휴대전화가 잠잠할 경우 보호자에게 문자를 보내는 서울살피미앱까지 기술 활용 방식은 다양하다.

가까이에 어울릴 이웃이 있는지도 공공에서 챙긴다. 보라매동 남현동 등 4개 동에서 특화사업으로 사회관계망 형성을 지원해왔는데 올해는 21개 전 동에서 특성에 맞는 사업을 진행한다. 행운동과 성현동은 우리동네돌봄단이 함께 해 효과를 봤다. 요리·체험학습이나 원예활동 등을 함께 하며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웃을 만든다. 저소득 중장년 1인가구에 발효유와 조리용 꾸러미(밀키트)를 전하며 일상을 챙기는 '행복한 한끼 나눔'도 이웃과 친구를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인생의 최고 가치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주민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촘촘한 복지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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