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소비자의 에너지 선택권 보장해야"
더딘 재생에너지 보급률
기술보다는 정책의 문제
"전력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비자들의 에너지 선택권 보장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본인이 원하는 에너지원을 쓸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됐어요.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개인이 선택해서 쓸 수 있도록 해야죠."
8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에서 만난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에너지IT 소셜벤처인 식스티헤르츠는 다양한 종류의 분산자원을 IT기술로 연결하고 에너지양을 예측·관리할 수 있도록 가상발전소(VPP)를 구축한다.
지난해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 2023'에서 '에너지스크럼'(EnergyScrum)으로 지속 가능성, 에코 디자인 및 스마트 에너지 분야 혁신상을 받았다. 에너지스크럼은 △태양광 △전기자동차 충전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산전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예측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규모와 관계없이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싶어 한다"며 "시장의 이러한 요구와 달리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딘 이유는 기술이 아닌 제도상의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 회사가 만든 재생에너지 관련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발전소 총량 합계가 약 1GW를 돌파할 예정입니다. 발전소들을 많이 알게 되다 보니 재생에너지가 이만큼 필요한데 구해달라는 요청을 해오는 기업들이 생겨났죠.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을 하고 싶어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어려움을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전공한 김 대표가 에너지 스타트업 세계에 뛰어든 건 약 10년 전이다.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태양광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기술이사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일반인이 쉽게 태양광 관련 정보를 접하고 사업 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던 중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에너지전환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21년 식스티헤르츠를 창업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소 약 8만개의 위치와 발전량을 확인할 수 있는 '햇빛바람지도'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창업 2년 만에 첫 흑자가 났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기술 공유에 폐쇄적이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많이 공유하고 전파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게 제 믿음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시장에서 더 많은 의미 있는 일들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창출하는 거죠. 영업이나 마케팅 인력이 따로 없는 식스티헤르츠가 매출을 일궈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식스티헤르츠는 해당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고객사에게 기본적인 정보 제공은 물론 어떻게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는지 강의까지 해준다. 그만큼 정보 공개에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사회에 뭔가 '임팩트' 있는 일을 창출할 수 있다면 도전적으로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지난해에는 비영리 에너지 및 환경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와 국내 태양광 발전의 기술적 잠재량을 지도로 만드는 일을 함께 했어요. 풍력발전 관련해서도 협업을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인만큼 수익을 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저에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가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앞으로 닥칠 여러 장벽들을 다양한 동료들과 함께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