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일 대사 불러 오염수 '강력 항의'

2023-08-23 10:50:34 게재

관영매체 "판도라상자 열어" 비난 … 홍콩·마카오 "24일부터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중국이 이르면 24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강행하기로 한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해 22일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강화 등을 시사하는 등 강도 높은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22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일정을 발표한 뒤 홍콩 일본 영사관 앞에서 최대 노동 단체 홍콩공회연합회(FTU) 회원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 AFP=연합뉴스


◆글로벌타임스 "오염수 투기에 한미일 모종의 거래" 의심 = 일본 정부의 발표 직후 중국의 특별행정구(SAR)인 홍콩과 마카오는 오는 24일부터 일본산 식품 수입 금지 조치를 즉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며 일본을 강하게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특히 '국제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의 무한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100만톤이 넘는 핵 오염수를 30년 이상 장기간, 대규모로 바다에 방류한 것은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다"며 "일본 당국의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면모가 전세계에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사설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뒤 귀국하자마자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는 시점을 지목하며 "미국, 일본, 한국이 핵 오염수 해양 투기와 관련해 모종의 정치적 거래에 도달했다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지정학적 필요로 오염수 방류를 승인하고 국제여론 관리에 도움을 주면서 한국 정부도 내부 여론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사설은 "이 문제에서 미국 일본 한국 정부가 수행한 역할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중 "일본 잘못된 결정 철회해야" = 중국 외교부는 쑨웨이동 부부장이 이날 다루미 히데오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쑨 부부장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중국은 포함한 주변 국가와 국제사회에 핵 오염 위험을 노골적으로 전가하고 지역과 세계 각국 민중의 복지보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매우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뒤 "중국은 엄중한 우려와 강력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핵 오염수 방류 계획 강행을 중단하며 진실한 태도로 이웃 국가와 소통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 전 세계 해양환경에 예측할 수 없는 손상과 피해를 방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쑨 부부장은 아울러 "일본이 남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중국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 해양환경, 식품안전, 공중보건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관련 부서는 식품 안전과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대변인은 '필요한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수산물 수입절차를 한층 까다롭게 만든 규제는 이미 나온 것으로 알려져 이보다 수위와 강도가 높은 조치가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 세관당국이 지난달 일본 수산물에 대해 전면적인 방사선 검사를 개시했다. 검사에 길게 수주가 소요되자 업자들이 일본산 수입을 단념하는 사례까지 나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마카오는 일본 육류·유제품까지 수입 금지 = 이런 가운데 존 리 홍콩 행정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통제를 즉각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염수를 '핵 폐수'로 부르며 환경부 장관과 관련 부처에 식품안전과 공중보건 보호를 위해 즉각 일본산 수산물 수입 통제 조치를 활성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 직후 체친완 홍콩 환경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는 24일부터 일본 10개 도·현으로부터의 수산물 수입을 즉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금지 대상에는 모든 활어, 냉동, 냉장, 건조 또는 기타 보존 수산물, 천일염, 미가공 또는 가공 해조류 등이 포함된다.

체 장관이 거론한 10개 도·현은 후쿠시마, 도쿄, 지바, 이바라키, 도치기, 군마, 미야기, 니가타, 나가노, 사이타마 등이다.

그는 "현재로서 수입금지 조치의 기한은 없다"며 이후 조치는 오염수 방류 후 일보니 제공하는 정보와 데이터에 따라 추후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카오특별행정구(SAR)도 24일부터 홍콩이 거론한 일본 10개 도·현에서 생산되는 신선 식품, 천일염, 해조류, 동물성 식품 등의 수입 금지를 발표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금지 품목에는 채소, 과일, 우유 및 유제품, 수산물, 육류 및 그 제품, 가금류 알 등이 포함된다.

중국과 홍콩은 일본 농수산물의 제1,2위 수출시장이다. 일본 당국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755억엔(약 7000억원) 상당의 수산물을 홍콩에 수출했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홍콩은 지난달 일본에서 2억3451만위안(약 430억4700만원)의 일본 수산물을 수입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보다 29% 감소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이 데이터는 중국이 7월 초에 일본 후쿠시마 및 기타 9개 지역에서 수입되는 식품에 대한 기존의 금지 조치를 유지한다고 발표하고, 금지되지 않은 일본의 다른 현에서 수입되는 식품, 특히 수산물에 대한 인증서를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에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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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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