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통한 '서민금융 활성화 정책' 유명무실
은행 차입 잔액 불과 500억원, 저신용자 공급 막혀
대통령 "불법사금융 엄단" … 자금조달 대책 필요
금융당국이 저신용자들의 불법사금융 이동을 막기 위해 은행권 차입을 통한 대부업체 자금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조달금리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을 대부분 중단하면서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불법사금융을 엄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대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10일 금융당국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우수 대부업체들이 은행에서 차입한 자금 잔액은 500억원에 불과하다. 2021년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은행 차입을 허용하는 '대부업 제도 개선을 통한 서민대출 공급활성화 유도 및 소비자보호 방안'을 발표한 이후 1년간 최대 2200억원까지 늘었던 은행 차입 자금이 올해 6월말 1447억원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하고 폐업함에 따라 잔액은 500억원으로 줄었다. 대부업 전체 조달금액 중 은행권 차입 비중은 2% 수준이다. 대부업체들은 주로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사모사채 등으로부터 연 9~10%에 달하는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은행에서 차입하는 자금의 조달금리는 연 6% 수준이어서 3%p 가량 낮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보다 은행권 차입 구조가 유리하기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이 확대되면 저신용자들에 대한 신용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체의 자금공급 기능이 막히면서 불법사금융은 활개를 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단기 대출을 해주면서 연 5000% 이상의 이자를 요구하는 불법사채업자들이 검거되기도 했다.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면서 대통령이 직접 불법사금융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9일 금감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불법사금융을 끝까지 처단하고, 이들의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서민과 불법사금융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서민생계금융을 확대하라"고 금융당국에 지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사금융 엄단과 함께 서민금융 시장의 회복을 통해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게 사회적 비용이 안 들어가고 부작용이 적다"며 "서민금융 시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끔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