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물가둔화 확신 전까지 금리인하 어려워”
“작년 하반기 인플레이션 둔화 환영 … 추가 증거 필요”
‘3월 인하 기대’ 차단에 뉴욕 3대 증시 일제히 하락세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하며 오는 3월에도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빅테크의 주가하락, 뉴욕의 한 지방은행에서 비롯된 상업용 부동산 불안감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금리인하 서두르지 않겠다” =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17.01포인트(-0.82%) 하락한 3만8150.3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79.32포인트(-1.61%) 내린 4845.6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45.89포인트(-2.23%) 떨어진 1만5164.01에 장을 마감했다.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이 이날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기자회견에서 조기 인하론 기대에 찬물을 부으면서 하락했다. 파월 의장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FOMC 위원들이 3월 회의 때까지 (인플레이션이 2% 목표 수준으로 내려간다는) 확신을 가질 수준에 도달할 것 같지는 않다”며 “물가 둔화에 대한 확신 전까지 금리인하는 어렵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인다는 더 큰 확신이 생길 때까지는 기준 금리를 낮추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등 경제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계속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확신은 아직 없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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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이 얘기한 더 큰 확신이란 서비스 물가 주도의 디스인플레이션 강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FOMC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이 2%에 지속 가능하게 수렴할 것이라는 더욱 큰 확신(greater confidence)이 있기 전까지 금리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명문화됐다. 또한 파월 의장은 3월에 이러한 확신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됐던 조기 금리인하 기대에 선을 그었다. 향후 결정에는 입수되는 데이터, 전망의 변화, 리스크의 균형을 고려하여 매 회의 때마다 결정을 하겠다(meeting by meeting) 기조는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의 흐름, 특히 지난 6개월 간의 추이(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 2.9%, 6개월 전 대비 연율 1.9%)를 보았을 때 물가상승률이 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다고 발언했다. 여기에서 더욱 큰 확신이란, 계속 좋은 데이터가 이어지는 것(continuation of good data)이며, 최근 6개월 간의 디스인플레이션이 대부분 재화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서비스 부문이 물가상승률 둔화에 더욱 기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증거를 보면서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매파적 FOMC와 빅테크 실적 불안 겹쳐 = 미국 증시는 알파벳, MS 의 실적 부진에 대한 실망감에, FOMC에서 3월 금리인하는 없다는 파월의장의 발언이 더해지면서 급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장 마감후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의 주가가 이날 큰 폭으로 밀린 것도 증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알파벳은 전날 분기 순이익과 매출은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광고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는 7.5% 떨어졌다. 광고 매출은 1년 전 590억 달러에서 655억 달러로 늘었지만 시장 전망치 658억 달러를 하회했다.
AMD는 4분기 실적은 월가의 전망에 부합했지만 1분기 실적전망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주가가 2.54% 내렸다. AMD는 1분기 매출을 54억달러 안팎으로 제시했고 월가는 57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지역 은행에서도 불안한 소식이 나왔다. 지난해 파산한 시그니처 은행을 인수한 뉴욕의 지역 은행인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의 주가가 이날 37.67% 폭락했다. 자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배당금을 줄였다는 소식 떄문이다. 특히 뉴욕커뮤니티뱅코프가 대손 상각액(회수하지 못한 채권을 손실 처리한 금액)을 늘린 이유 중 하나가 대출에 오피스 포트폴리오를 반영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은행 업계에 본격화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S&P 지역은행 ETF는 5.85%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고용 지표는 냉각 추세를 보였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0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15만명을 하회했다.
별도로 발표된 지난해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도 전 분기 대비 0.9% 올라 전분기 1.1% 상승과 시장 예상치 1.0% 상승을 밑돌았다. 2년 반 만에 최저 상승률로 인플레이션 재상승 위험을 낮추는 요인이다.
◆국내 증권가 “금리인하 2분기로 전망” = 연초부터 3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조금씩 접어왔던 국내 증권가에서는 금리인하 시점을 2분기로 조정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더 이상 인상하지 않고 인하 기조로 전환할 것임을 뚜렷하게 밝히면서도 인하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은 2분기(4~6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금리인하 시점을 2분기로 예상했다. 그는 “금리 인하를 향한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이 짧을지 아니면 길어질지는 향후 발표될 지표에 달렸다”며 “향후 1~2개월 안에 발표될 물가 안정과 고용지표 둔화의 추가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5월 혹은 6월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리는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FOMC 결과에도 불구하고 연내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고 달러 강세도 동반되지 않아 외국인의 급격한 국고채 매도 전환 우려는 낮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숙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