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부로 점수 쌓고 현금처럼 쓴다

2024-02-13 13:00:03 게재

서초구 ‘선한 가치’ 주고받는 ‘착한 코인’

14개 분야서 적립, 지역 40곳 시설서 사용

“차량이 진입하면 주유가 시작돼요. 사실 타요 버스랑 세트인데 아들이 그건 못 내놓겠다고 해서요….” “아이들이 그럴 수 있어요. 이 프라이팬은 요즘 굉장히 인기 있는 제품인데요?” “그건 이제 가지고 놀 나이가 지났대요.”

지역사회 내 선한 가치를 확산시키는 착한 서초코인 적립처와 사용처가 대폭 확대됐다. 장난감을 기부한 주민과 육아종합지원센터 관계자가 적립된 코인과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서초구 제공

서울 서초구 서초동 육아종합지원센터 장난감도서관. 30대 직장인 김 모씨가 자신의 두 아이가 사용하던 장난감을 챙겨 방문했다. 두 아이는 해당 장난감을 필요로 하는 이웃 동생들에게 양보하기로 한 참이다. 도서관측은 회원가입을 한 주민들에게 이를 무상으로 빌려준다. 장난감 10점은 현장에서 1000원 상당 ‘착한 점수’로 돌아왔고 김씨는 이를 다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그는 “안쓰는 장난감은 버리거나 이웃에 줬는데 이번에는 선한 활동을 하고 결과물까지 생기니 뿌듯하다”며 “시간이 되면 자주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13일 서초구에 따르면 ‘착한 서초코인’은 환경 복지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들이 선한 가치를 주고받으며 적립·사용하는 가상자산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6개월만에 적립처와 사용처가 대폭 확대됐다. 구는 “당초 어르신 건강증진과 지역사회 참여를 위해 시작했는데 사회 전반으로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기 위해 조례를 전면 개정했다”며 “주민들 일상에서 더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립처는 옷걸이를 재사용하는 세탁소 등 탄소제로 가게와 재능기부 등 6개 분야에서 장난감 기부와 헌혈 등 14개 분야로 늘었다. 장난감 기부뿐 아니라 유료로 이용하는 육아용품 대여에도 점수를 준다. 동주민센터와 구 시설에서 진행하는 물물교환장터에 참여하는 경우도 탄소중립 실천에 포함시켰다. 민원 처리를 위해 구청 오케이민원센터를 찾은 주민이 종이 대신 전자 서식을 이용해도 건당 점수가 쌓인다.

헌혈은 사회적 가치 실현, 아동지킴이로 동참하는 ‘착한 편의점’에서 교육에 참여하고 학대 의심사례를 신고하는 경우는 사회적 약자 보호 활동에 포함시켰다. 헌혈인구 감소와 혈액수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아동학대를 예방한다는 의미도 있다. 무엇보다 노년층은 요가 단전호흡 등 공공 강좌를 수강해도 건강증진 활동에 참여했다 해서 점수를 받는다.

활동당 적게는 0.1코인에서 최대 10코인까지 받아 적립하면 실생활에서 코인당 100원 상당 현금처럼 사용한다.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한 주민들이 경로식당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여기에 더해 육아종합지원센터 연회비, 평생학습관 강좌 수강료, 구 직영 주차장 주차요금과 선불권 구매, 공공체육시설 이용료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총 40개 시설이다. 구는 모든 구립시설로 사용처를 확대하고 공식 회계처리와 연동할 방침이다.

착한 점수 영역은 계속 확대된다. 학교나 환경·사회·윤리(ESG) 경영에 관심이 있는 기업과 협약, 참여율을 높이고 사용처를 확대하는 게 한가지 방안. 자원봉사 점수 적립도 현재 60세 이상에서 전 연령대로 확대된다. 서리풀페스티벌 금요음악회 등 주민들이 선호하는 문화공연을 우선 관람할 수 있는 혜택 등도 구상 중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주민들이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선한 가치를 전하는 지표로써 의미가 크다”며 “선한 가치를 실천하는 경험을 통해 주민들이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그 영향력이 지역사회에 선순환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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