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끝나’…프랑스 정당들 2차투표 사활
1위 극우당 절대 과반 노려
2·3위 당들, 3위 사퇴 전략
프랑스에서 6월 30일(현지시간) 총선 1차 투표가 끝나자마자 각 정당은 발 빠르게 2라운드 전에 돌입했다. 출구조사 결과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 극우 국민연합(RN)은 안정적으로 정부 운영을 할 수 있도록 2차 투표에서 RN을 절대 다수당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맞선 좌파 정당 연합체 신민중전선(NFP)과 범여권 앙상블은 극우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3위로 결선에 올라간 자체 후보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실상 2·3위 정당간의 연합전선이 형성된 셈이어서, 2차 투표에서 1차 투표 결과가 크게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RN의 실질적 리더인 마린 르펜 의원은 “유권자들이 명확한 투표로 에마뉘엘 마크롱의 7년간의 경멸적이고 부패한 권력을 끝내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며 “마크롱주의 블록은 1차 투표에서 사실상 전멸됐다”고 말했다. 르펜 의원은 그러면서 “아직 승리는 아니다”라며 “폭력적인 성향의 극좌 정당 손에 프랑스가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2차 투표가 결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바르델라 대표 역시 기자회견에서 “NFP는 나라를 무질서와 폭동, 경제의 파멸로 이끌 것”이라고 견제했다.
RN의 공세 대상이 된 NFP는 2차 투표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겠다고 벼르고 있다. NFP 역시 2차 투표는 자신들과 RN간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NFP 소속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프랑스가 위태롭다. 공화국이 위태롭다”며 “단 한 표도, 단 한 석도 RN에 더 이상 주지 않겠다”고 각오했다. 멜랑숑 대표는 이를 위해 3자 대결이 벌어지는 지역구에서 RN 후보가 1위, NFP 후보가 3위를 하고 있다면 2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NFP 후보가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당 올리비에 포르 대표도 TF1 방송에 출연해 “사회당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극우 후보가 당선될 위험이 있다면 좌파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온건 좌파 성향 플라스 퓌블리크(PP)도 이날 저녁 성명을 발표해 2차 투표에서 3자 대결이 벌어질 경우 모든 3위 정당이 사퇴해 RN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2022년 총선에서 1당을 차지했던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 역시 RN의 집권을 막기 위한 총결집을 촉구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극우 세력이 권력의 문턱에 와 있다. 우리 목표는 분명하다. 2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이 당선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백개 선거구에서 우리 앙상블 후보가 RN을 이길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선거구에서는 우리 후보들이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소속 정당 르네상스도 성명을 내 “우리는 RN을 이길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공화국 가치라는 핵심을 공유하는 후보를 위해 사퇴할 것”이라며 “RN 승리의 위협에 직면해 우리는 모든 정당이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선거법은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을 차지한 후보는 당선되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등록 유권자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끼리 2차 투표를 치른다.
장병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