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명품백·주가조작 등 ‘김건희 리스크’ 집중 공략
도이치모터스 전주 유죄, 개혁신당도 “김건희 특검법 찬성”
마포대교 시찰 등 “선 넘었다” 비판 ... ‘대통령 행세’ 부각
정부 인사·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 ‘국정 개입’ 가능성 제기
19일 ‘김건희 특검법’ 통과 후 ‘대통령 거부권’ 기피 쟁점화
의료대란의 돌파구로 평가받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의 공이 의사단체에 넘어가 있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여론에 가장 민감한 ‘김건희 리스크’에 집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모터스 재판결과 돈을 대준 전주 역시 방조범으로 판단, 유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을 전면에 내세우며 김건희 특검법에 명시된 ‘8가지 의혹’을 집중 제기하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은 최근 마포대교 자살방지 순찰 사진이 공개되면서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대통령 행세’로 평가해 국정농단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3일 민주당 지도부의 모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김 여사가 검찰수사에서 다소 멀어지는 듯 하니까 다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면서 오히려 김건희 리스크가 커졌다”면서 “지난번 마포대교 도보 순찰은 자살 예방 캠페인성이라고 하지만 그의 대통령 행세와 함께 김 여사 명품가방 사건 처리와 관련한 권익위 간부의 극단적 선택과 연결돼 있어 더욱 부각됐다”고 했다.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김 여사의 마포대교 시찰과 사진 18개 공개와 관련해 “업무지시를 하기 시작하면 그건 조금 난감하다”며 “(영부인의 역할을)넘어섰다고 분명히 판단할 수 있도록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김건희, 영부남 윤석열” = 민주당은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대통령 행세’로 규정짓고 실제 김 여사가 인사 등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김 여사가 실질적인) 대통령이니까 못 밀리는 것”이라며 “영부남(윤석열 대통령)이 말려야 되는데 못 말리는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양하던 저를 설득, (대정부질문 정치분야) 1번 타자로 내보내주신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께서는 ‘대통령 김건희, 영부남 윤석열 좋았습니다’고 칭찬 말씀(이 있었다)”며 “그렇게 하면 안 잡혀 가느냐, 속이 시원하다, 재밌다 라고들 하신다”고 했다.
감사원의 대통령실·관저 이전관련 비리 확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심 유죄 선고 등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김건희 리스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김건희 특검’으로 수렴시키려 한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에 처리할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전에 나선 셈이다.
시민단체가 국민감사 청구한 지 1년이 넘게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업체가 관사 공사를 주도했고 최종도면을 제출하지 않는 등 규정을 위반한 게 확인됐다. 최근 불거진 한옥 정자 신축과 사우나 드레스룸 증축 의혹은 감사대상서 빠졌다. 부실감사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이 다시 궤도에 오르자 (감사원을 통해) 면죄부를 주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특검의 칼을 더 벼리겠다.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특검법을 기필코 통과 시키겠다”고 했다.
◆다시 살아난 주가조작 의혹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자금을 대준 전주 손 모씨에 대해 법원이 시세 조종 방조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잦아들고 있던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기름을 끼얹었다. 김 여사 역시 돈만 대준 전주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한 검찰의 기소여부 등 최종처분과 겹치면서 검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19일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명품가방 수수 △인사개입 △채 해병 사망 사건(외압) △세관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등 8가지 비리 의혹을 수사대상에 올려놨다.
◆검찰총장 출신의 ‘기피 조항’ 해석은 = 민주당이 설정한 ‘19일 마지노선’은 8대 의혹 중 공천개입 의혹의 공소시효가 다음달 10일에 마무리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기한이 법안 송달 이후 15일 이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허 대표는 “저희(개혁신당)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해서는 찬성, 김건희특검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었다. 조금 더 지켜봐야 된다라는 것이었다”며 “요즘의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도이치는 하나의 출발점이 된 것 같다.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 우리가 찬성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내부에서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 통과 이후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해관계가 매우 밀접한 자신의 부인에 대한 수사 여부 결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행사할 수 없다는 법조계의 ‘기피 요구’가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 인사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판단과 설명에 더욱 관심을 쏠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가족이 연루된 특검에 연거푸 거부권을 행사하는 윤 대통령도 이제 꿈에서 깨어야 할 때”라며 “민주당은 특검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 앞 평등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수도권의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현재는 ‘아프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의료대란이 문제지만 국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것은 ‘김건희 리스크’”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외에도 인사개입, 공천 개입 등 모두 그럴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 그렇게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상당부분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