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 후보 추천제 폐지 수순 밟나
사법정책자문위 “고법 판사도 지방법원장 후보 허용해야” 대법원장에 건의 … 고법판사 ‘순환근무 최소화’도 제안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폐지될지 관심을 끈다.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고등법원 소속 판사도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선 방안을 건의한 것이다.
사법정책자문위는 25일 오후 제4차 회의를 갖고 합리적인 법원장 보임제도와 고법판사 제도 개선에 관한 건의문을 채택했다.
자문위는 법원장 보임제도와 관련해 소속 법관의 천거·투표를 통해 이뤄지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각 법원 판사가 투표를 통해 천거한 후보 중 1명을 대법원장이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사법 개혁의 하나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도입됐다.
김 전 대법원장 이전까지는 대법원장이 고등 부장판사 중 승진 서열순으로 법원장을 지명했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주요 법원장 자리는 소위 ‘발탁 인사’가 이뤄졌다. 이에 김명수 사법부는 이른바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을 막고 법원 인사의 민주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2019년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소속 법원에서만 법원장을 뽑다 보니 전국에 몇 개 되지 않는 고등법원 소속 법관들은 연차가 쌓이고 능력을 인정받아도 법원장이 될 수 없어 불만이 쌓였다.
이에 대해 자문위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행정 구현과 법관인사 이원화 제도의 정착에 기여했으나, 충분한 적임자 추천의 한계, 추천절차 진행 과정에서의 논란, 실시법원의 절차적 부담 등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문위는 천거·투표 절차 외에도 전체 법관을 비롯한 법원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더욱 폭넓게 수렴하고 ‘독립된 위원회’의 심의 또는 자문을 거치는 새로운 법원장 보임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자문위는 “지방법원장은 지방법원 소속 법관 중에서 보임하는 방안을 지향하되, 법원의 특성과 후보군 등을 면밀히 살펴 필요한 경우에는 소속 법원의 종류 및 심급과 관계없이 능력과 자질을 갖춘 법관이 법원장 후보로 포함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올해 법관 인사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 시행을 보류하고 법원장 인사를 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자문위는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으로 법관 인사를 이원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처우 개선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고법 판사의 순환근무는 공석 충원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만 실시하고, 고법 판사가 지방법원으로의 복귀를 희망할 경우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허용하도록 조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이른바 ‘10조 판사’(법관인사규칙 10조에 근거해 보임한 판사)로 불리는 고법 판사는 대법원이 과거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폐지하면서 대안으로 신설한 자리다.
사실상 발탁성 인사로 평가받지만, 지방법원 판사보다 업무 강도가 높고 처우가 열악한 편이어서 퇴직하는 경우가 잦아 문제가 됐다.
한편 자문위는 법원조직법에 명시된 자문기구로 대법원장이 내놓은 안건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자문위의 활동 기간은 올해 연말까지이며 6개월 범위에서 한차례 연장할 수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