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 비방 택배노조원 모욕죄 유죄 확정

2024-11-06 13:00:02 게재

“경멸 감정 공연히 표현, 혐의 성립”

대법, 상고 기각 … 벌금 100만원

수수료 문제로 갈등을 빚던 택배 대리점주를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집단적으로 괴롭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조합원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전국택배노조 소속인 택배기사 A씨는 2021년 5~7월쯤 수수료 지급 문제로 갈등을 벌이던 대리점주 B씨를 단체 대화방에서 모욕하는 등 집단 따돌림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택배기사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질긴놈, 언제쯤 자빠질까”, “XX끼 하는 짓이 야반도주”, “끝이 없는 비리에 종지부 찍어야 할 것” 등의 내용으로 B씨를 비방했다.

A씨 등 노조원들의 태업과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던 피해자 B씨는 2021년 8월께 극단적 선택했다. B씨는 유서에서 “밤을 새워가며 일하다 대리점을 차렸지만 처음 겪어본 노조원의 불법 태업, 업무방해,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적었다.

이어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너희들(노조)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단 걸 잊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수사기관은 A씨를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A씨측은 “범행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처벌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측은 재판에서 정당행위라거나 형량이 과중하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관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아니한 채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이 사건 메시지들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는 ‘모욕죄는 피해자 외부적 명예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공연히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명예가 현실적으로 침해되거나 구체적·현실적으로 침해될 위험이 발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또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 요건을 충족한다’는 판결이 확정된 사례도 언급했다.

특히 ‘언제쯤 자빠질까’라는 표현은 B씨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메시지가 올라오자 A씨가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입원한 것에서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더욱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경멸적 의미를 담은 표현”이라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모욕죄 성립, 정당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B씨가 숨진 뒤 유족은 전국택배노조 김포지회 노조원 13명을 가해자로 지목해 고소했다.

택배노조는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심으로 돌아가 내부 혁신을 과감하게 단행하겠다”며 폭언이나 집단 괴롭힘에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다른 택배노조원 1명은 2022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징역 8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다른 1명은 인천지법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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