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춘추전국시대’…주자들 ‘프레임 전쟁’ 불붙었다
방송 3사 조사, 이재명 선두권 … 여당주자들 ‘고만고만’
강성후보론·중도후보론·제3후보론·쇄신후보론 ‘경쟁’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차기주자들은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뚜렷한 선두주자 없이 지지율이 다들 ‘고만고만’한 상황인 것. 이 때문에 여당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프레임 신경전이 이미 뜨거워졌다는 분석이다. 강성후보론-중도후보론-제3후보론-쇄신후보론 등 서로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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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방송 3사의 차기대선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여당에서는 뚜렷한 선두주자 없이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독주하고 있지만, 여권은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 유일하게 10%대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주자들은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도적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에 비견될 만하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 동안 판세가 여러 차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권주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여당후보 자리를 겨냥한 프레임 경쟁이 불붙은 모습이다. 어떤 후보를 내세워야 본선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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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김문수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강성보수 후보론’에 올라타 있다. 강성진보 이미지인 이재명 대표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민의힘도 강성보수 후보를 내세워 ‘강 대 강’ 구도를 만드는 게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보수층 결집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최근 김 장관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것도 ‘강성보수 후보론’이 보수층에서 호응을 얻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강성보수 후보로 중도층 표심까지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야당후보로 이재명 대표가 유력하기 때문에 여당도 강성후보가 유리해지는 흐름이다. ‘이재명 효과’다. 부족한 중도확장성은 당에서 공약을 통해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선 본선은 중도층 표심에 좌우된다는 판단에 따른 ‘중도확장 후보론’도 부각된다. 보수층과 진보층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승패는 중도층 표심에 달린 만큼 중도확장성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이 거론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여당 책임당원들은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원한다. 2022년 대선에서도 당원들은 본선을 염두에 두고 홍준표 대신 윤석열을 택했다. 중도확장성 있는 주자가 유리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과 안 의원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대목은 강성보수층 표심을 얻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제3후보론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재집권이 절박한 보수층 일각에서는 “강성후보는 중도층 표심을 얻기 어려워 본선 경쟁력이 없다” “중도확장 후보는 탄핵에 찬성했기 때문에 보수층 지지를 얻기 어렵다”며 제3후보론을 제기한다. 탄핵 재판이 진행 중인 한덕수 총리의 이름이 나온다. 서울에서 4선을 쌓은 나경원 의원의 경쟁력도 주목 받는다.
쇄신후보론도 보수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으로 인해 보수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놓인 만큼 이번에는 보수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후보를 세워야 국민이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들을 내세우면 개혁보수와 중도층 표심을 노릴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보수층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